지구의 시학 (2)-지구스러운 것들과 함께 산다는 것

우석영(동류실주인)
우석영(동류실주인) 인증된 계정 · 철학자. 비평가. 작가.
2023/09/09


그러나 이러한 경이에서, 부딪힘에서, 이러한 지구 지리학과 포스트휴머니즘에서 우리는 얼마나 동떨어진 채로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오해, 몰이해, 억측, 가정 또는 이것들이 혼재된 덩어리가 지구/물질에 관한 진리에서, 우리의 지구 지리학 여행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자동화된 지각, 습관으로 늘러붙어 더는 의식 대상이 되지 못하는 행동, 지구/물질에 관한 고착된 (대부분은 이분법적인) 견해, 도그마, 응시와 무위와 상상적 놀이의 부재 또는 이것들의 혼합물이 우리의 일상에서 시적 응시를, 시적 놀이를, 아울러 사유를 삭제한다. 사유를 억압하는 바로 그것이 시 쓰기도 억압한다. 타인이 만든 신상품에, 주가변동곡선을 보여주는 화면에 자동기계처럼 고정되고, 거기에 포획되고 마는 시간이 자유인됨의, 노는자됨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그저 안전과 노동복지, 합당한 사회적 대우와 높은 임금, 노동이사제 같은 것만은 아니다. 그건 자본가가 누리는 것에 필적하는 사회적 대우나 부富만은 아니다. 노동하는 자로서 느끼는 자부감과 기쁨, 그것까지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정만도 아니다. 그것들만큼이나, 아니 그것들 이상으로 자유인됨의 시간, 노는자됨의 시간이, 뭘 해야 할지 모를 남아도는 시간이, 오락과 무위에 투자해도 되는 시간이, 다시 어린이가 되어 놀아도 되는 시간이 노동대중에게 필요하다. (기본소득의 목표는 기본여가여야만 하며, 기본소득과 한짝이 되는 노동시간 감축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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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철학. 탈성장 생태전환. 포스트휴먼 문학 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행동사전>(공저) <불타는 지구를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걸으면 해결된다>(공저) <숲의 즐거움> <동물 미술관> <철학이 있는 도시> <낱말의 우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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