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2/31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하나는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얻는 인간, 다른 하나는 그런 지식과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인간입니다. 어떤 인간이 더 잘 살 가능성이 높을까요? 물론 전자입니다. 지식과 정보는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극소수만이 글을 읽을 줄 알았습니다. 권력자들이나 지식인층만이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할 당시, 수많은 관리들이 반대했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중이 글을 읽는 걸 엘리트층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건, 권력을 더 견고하게 유지하는 수단이었던 겁니다. 과거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 글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식과 정보도 도서관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에도 글을 읽는 것이 힘이 될까요?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글을 읽는 것은 힘이 됩니다. 이유는 누구나 읽을 줄 앎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책보다 더 재미난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보고 듣는 건 큰 힘이 들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있고 귀를 열고 있으면, 우리가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뇌로 영상과 소리가 전달됩니다. 독서 대신 현대인들이 선택하는 즐길 거리는 대부분 보고 듣는 것입니다. 하지만 읽기는 다릅니다. 읽는 건 쉽지 않습니다. 눈만 뜨고 있다고 책 내용이 고스란히 뇌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읽는다는 건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와 맥락을 이해해야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글자를 읽는 것과 글을 읽는 건 다릅니다. 글을 읽으려면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게으름과 싸워서 이겨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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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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