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대화하는 몸
2023/01/27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몸을 만진다. 간지러운 부위를 긁거나, 불편하게 뭉친 근육을 주무르거나, 어딘가에 멍이 생기면 손끝으로 살며시 눌러보기도 한다. 일상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몸 만지기’는 안녕을 묻고 새로운 반응을 발견하는 나와의 대화다. 하지만 평소에 쉽게 보기 힘들거나(혹은 보려고 하지 않거나) 손이 잘 닿지 않는 부분은 낯설어지고 말 걸기가 어려워진다. 내게 성기는 금기와 죄의식이 응집된 낯선 곳이었다. 과거에 비해 성(性) 담론이 활발해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성기는 낯선 곳일지 모르겠다.
성 담론의 중심인 ‘섹스’는 남녀 간 삽입 성관계가 지배적이므로 성기와 삽입 섹스를 떼어놓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남근 중심적 사고에서 여성의 성기는 줄곧 미지의 장소로 객체화되곤 한다. 나의 몸에 속해있는데도 주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란 참으로 까다롭다. 신체 구조상 일상적으로 보고 만지기는 어렵지만, 쉽사리 낯선 곳으로 신비화된다. “거울까지 사용해가며 나의 성기를 봐야 할까?”라는 회의와 함께, 스스로 성기를 만지는 행위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규범이 자위를 향한 호기심을 차단해버린다. 결국, 여성에게 자위란 몸을 만지며 스스로 쾌락을 조절하고 탐색하는 행위가 아니라 쾌락의 과잉이자 허무의 상징으로 간주되곤 한다.
여성에게 금기의 영역인 자위에 대한 이야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