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재문
이재문 · 역사와 축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2023/03/17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우크라이나 출생의 벨라루스인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참전 여성들을 만나 전쟁에 대한 증언을 녹취해서 정리한 책입니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있는 전쟁 이야기는 '남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여자들의 언어에서는 우리가 익숙한 내용들
-어떤 이들이 얼마나 영웅적으로 다른 이들을 죽이고 승리를 거뒀는지, 아니면 어떻게 패배했는지, 
어떤 기술들이 사용됐고 어떤 장군이 활약했는지- 등의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증언을 녹취하고 출판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남편에 의해 증언이 제지당하고, 
영웅적인 군인들을 폄하한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에 의해 검열당하고,
때론 뭐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책에 적냐고 본인이 스스로의 증언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전쟁 이야기는 원래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겪은 일을 서술하지만 서사적이라기보다는 서정적입니다.

제가 기존에 읽었던 것은 숫자로 가득한 통계거나 혹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남자들의 목소리'였죠.
남자들은 기록이 덧칠해진 기억을 가지고 제 3자의 시각에서 전투에 대해 서술하거나
혹은 전장이라는 무대에서 활동한 조연으로서의 시선으로 전쟁을 묘사합니다.

이 책의 여자들은 공산주의를 혹은 조국을 지키기 위한 일념으로 전선에 자원해서 나갔지만
전장을 실제로 접하고는 엄청난 쇼크를 받았습니다.
남성들처럼 승리에 기뻐하고 승리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한편
그때의 그 참혹한 풍경, 그때의 여러 감정들을 묘사하고있습니다. 

그들은 무대의 연기자인 동시에 객석의 감상자인 것입니다.


ps-물론 6.25 참전 용사 증언을 보면 전장의 비참함과 그때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마초적인 문화, 억압적인 사회 시스템...
그리고 분단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간 6.25와는 달리 독소전은 승전으로 치장되었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ps2-어떤 이는 공산당원으로서 승리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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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크 재활병원 출신 현 개원 한의사 취미는 역사와 축구입니다. 건강 관련 의학상식이나 혹은 제가 취미로 다루는 분야의 얇팍한(?) 지식들을 아마추어 수준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게 정리하는 글들을 써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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