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 또한 결국 지나간다 - 레이먼드 커버 <대성당>

메리 오닐 · 메리 오닐
2024/03/15
레이먼드 커버 <대성당>
이 모든 것 또한 결국 지나간다 - 레이먼드 커버 <대성당>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꿈을 꾸지 않으면 미쳐버려. 책에 그렇게 나와. 그건 배출구리구, 사람들은 잠잘 때마다 모두 꿈을 꿔 꿈을 안꾸면 돌아버려.˝


레이먼드 카버를 다시 만났다. 작년에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었는데 아마 그때 별 세개를 줬던것 같다. 그때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대성당>은 첫번째 만남보다 확실히 더 좋았다. 책을 읽었던 시기의 문제인걸까? 내가 문제인걸까?


총 12개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단편집 <대성당>을 읽다보면 약간은 일관된 흐름이 느껴지는데,

일단 단편들은 모두 새드앤딩이고, 결말 부분은 상당히 모호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일관되게 등장하는 소재인 술과 이혼, 그리고 체념, 체념, 체념.


인상적인 몇편의 단편을 소개해 보자면,


<깃털들>의 경우 ‘잭‘과 ‘프렌‘ 부부가 ‘버드‘의 집을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끝나는데, 도대체 ‘버드‘의 집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했기에 아기를 원하지 않았던 ‘잭‘과 ‘프렌‘이 아기를 가지려 했는지 갸우뚱 했다. 못생긴 ‘버드‘의 아기를 봐서? 아님 ‘버드‘ 집에 있는 공작 때문에? 아님 ‘버드‘와의 비교를 통한 현실에 대한 자기만족 때문에? 정확히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왠지 알듯 모를듯한 감정을 느꼈다.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보낸 그날 저녁은 특별했다. 특별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썩 괜찮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걸 프랜에게 말하고 싶어서라도 나는 어서 둘만 있고 싶었다. 그 저녁에 내게는 소원 하나가 생겼다. 식탁에 앉아서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했다. 소원이란 그날 저녁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것, 혹은 다시 말해 그날 저녁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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