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퀴어운동의 정사(正史) 쓰기 : 우린 춤추면서 싸우지(2023)
2023/08/05
책의 1부는 저자의 성별 비순응 경험, 2부는 1990~2020년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 3부는 젠더/퀴어 관련 성교육, 4부는 퀴어 관련 사회문화 비평, 5부는 과거와 현재의 연애사로 꾸려져있다. 개인과 사회의 서사가 균등히 분배된 기민하고도 트렌디한 구성이다. 특히 3부의 내용은 다년간의 강사 경험을 토대로, 성소수자에 대한 거의 모든 "쌉소리"에 대해 전방위적인 대응과 반박을 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성소수자/퀴어에 대한 지식이 적거나, 지리한 오해들을 한방에 해결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3부를 먼저 읽어들어가는 것도 요령이겠다.
역사학도로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2부다. 90년대 이후 한국 퀴어운동의 당대사 기술은 아직 운동단체의 입장으로도 역사 연구의 측면으로도 걸음마 단계에 있고, 그것을 정리해내는 것은 앞으로 10년 간 각 단위에 매인 숙제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또하나의사랑-버디-(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KSCRC로 이어지는 채윤님의 활동은 해당 시기 운동을 정리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줄기다. 그간 운동판과 술자리에서 퀴어운동의 과거를 이야기해온 방식은 주로 야사에 치중된 면이 있는데, 이 책은 앞으로 90년대 이후 퀴어운동의 정사를 다룬 책으로 아낌없이 인용되고 자리매김될 만하다.
가령 버디 창간 당시 한 게이 활동가에게서 이프의 고정 지면 신청 제의를 먼저 받은 것(6쪽), 또사랑에서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아니마가 갈라져 나온 것(74쪽), 버디 출간 당시 교보와 영풍에서 받았던 차별 대우들(79~80쪽), 2002년 창립된 KSCRC의 에이즈 예방팀에서 이듬해 한국 최초의 퀴어 관련 정부 산하 조직 아이샵이 탄생한 사실(84쪽), 2000년 제1회 퀴어문화축제와 2001년 제2회 퀴어문화축제 간에 사실상 아무런 인적 연계가 없이 출범한 것(92~93쪽), 2018년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사단법인 허가 취득 과정에서 겪은 서울시의 숱한 방해공작(109~116쪽) 등...
『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