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의 속전속결 진행자 교체, 뭐가 그리 급했나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11/16
진행자 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점령군이 부역자 소탕하듯 했어야 했나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방송생활을 하다보니 KBS에서도 별의 별 일들을 다 겪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방송장악’ 논란이 불거질 무렵 KBS에서 맡고 있던 고정 패널 자리에서 모두 하차 통보를 받았다. 나름 균형있게 방송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방송을 많이 했다고 ‘위’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 뒤로 보수정부 시절 9년 동안 KBS에 거의 발을 딛지 못했다.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정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달라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여전히 KBS에 발을 딛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내가 ‘친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KBS의 마이크는 ‘친박’에서 ‘친문’으로 교체된 것이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진영을 넘어 시시비비를 가리곤 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다른 것이 없었다. 

정권이 보수냐 진보냐에 상관없이 권력은 늘 KBS를 자기 진영의 전리품이자 스피커로 삼고 싶은 유혹에 갇혔다. 그러나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적 입장을 가진 국민들이 함께 사는 나라에서 공영방송이 어느 한쪽 진영의 대변자 소리를 듣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공영방송은 어느 한 진영을 대변하는 위치가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공정하게 반영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래서 나는 보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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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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