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야기, 어쩌면 님의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 3화 예정된 시련

이웃집퀴어
이웃집퀴어 · 외국기업경영총괄/위기관리 전문
2024/08/10
고위 공직자로 주말에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집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래마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적도 많았다. 이탈리안 가정식을 브런치로 내서 그런지 우리가 즐겨 찾던 카페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앉아있는 엄마들이 제법 있었다. 책으로 엄마의 사랑을 배운 나는, 그 사랑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있을지도 모르는 사랑을 간접 체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날도 일감을 쳐다보다 이따금씩 지나는 애들을 바라보는데 한 여자가 다섯 살 남짓 되는 여자애를 잠시 부탁하고 차를 빼러 나갔다. 인간 대 인간의 경계심이 쓸모없어지는 시간, 누군지 모를 사람의 딸에 빠져 3/4분기 시장동향 보고서를 쭉 찢어 새를 접느라 진땀을 빼는 내 귀를 어루만지며 그녀가 속삭였다. 
“진짜 다른 사람 같은 거 알아, 자기 이럴 때면...” 
마치 애인 몰래 딴 짓을 하다 걸린 여자처럼 그 목소리에 담긴 여느 때와 다른 그녀의 무게 때문인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태연한 척 대답했다. 
“그냥 심심하잖아...”
   
그러고 보니 나였다. 둘이 함께 한 하와이 여행에서 조카애가 원하는 한정판 인형을 찾는다고 이틀이나 렌트카를 타고 더위에 스트리트몰을 헤매 다녔던 게, 싱가폴 국제금융 연수시설에 갇혀 겨우 시간을 내서 일 주일 만에 너무 보고싶다며 전화를 한 그녀에게 조카와 영어수업 중이라며 안부도 묻지 않았던 게, 바로 나였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좋으련만, 언제부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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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삶에서 기억되는 삶으로 비행 중인 중년 퀴어; Anti-Feminism Lesb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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