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의 메멘토모리
2023/03/05
1.
그날도 '응급실의 평범한 하루'였다. 정확히 말하면 'COVID-19 대유행과 함께 하는 응급실의 평범한 하루'였다. 아직도 몇몇 사람이 '내일부터 아플 것 같으니 주사를 달라'. '피곤하니 영양제 비싼 걸로 부탁한다', '숙취가 없도록 포도당 수액 부탁한다'. '아픈 곳은 없으나 마음이 좋지 않으니 진정제 한 대 달라' 같은 이유로 응급실을 찾으나 이전과 비교하면 '응급실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의 숫자는 확실히 줄었다.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 질환과 복막염, 담낭염, 충수염 같은 외과 수술이 필요한 질환, 그 외 입원이 필요한 내과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숫자는 비슷하다. 덕분에 어떤 측면에서는 '응급실다운 응급실'이 되었으나 '발열 환자의 문제'가 생겼다. 발열 환자는 COVID-19가 아니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한정된 숫자의 격리실에 수용할 수밖에 없어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한 환자가 119 구급차에 실려 여기저기 떠도는 슬픈 일이 자주 발생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날도 '응급실의 평범한 하루'여서 일반 구역은 비교적 한산했고 격리실은 환자를 수용하여 '음압 격리실 입원' 혹은 '퇴원 후 자가격리'를 결정하면 금방 새로운 발열 환자가 찾아왔다. 그때마다 의료진은 보호구를 입고 벗는 과정을 반복했고 CT 같은 영상의학 검사를 시행할 때는 한층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가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진료하는 환자가 찾아왔다. 간과 폐에 전이한 악성 종양이 있어 실험적 항암요법을 받는 환자였다. 그가 갑작스런 발열로 우리 응급실을 찾았다. 의식이 명료하고 혈압은 정상범위였으나 40도 가까운 고열과 함께 경미한 호흡곤란이 있었다.
환자를 격리실에 수용하고 고열의 원인을 찾기 위해 흉부/복부 CT와 함께 혈액검사를 시행했다. 흉부 CT에는 전이한 악성 종양 외 심각한 폐렴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복부 CT가 이상했다. 간에 전이한 악성 종양 가운데 두 곳은 전이한 악성 종양의 일반적인 병변에 해당했으나 한 곳은 달...
치료란 죽음에 맞서는 것이라기보다, 살아있는 동안 그 과정을 소중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치료란 죽음에 맞서는 것이라기보다, 살아있는 동안 그 과정을 소중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