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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네트워크 관점에서 본 남녀 간 임금격차

2021/11/17
매슈 O. 잭슨의 저서 '휴먼 네트워크' 에서는 취업/임금과 관련하여 불평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일자리 네트워크를 제시합니다.

... 이후 계속된 연구를 통해 비숙련직부터 관리직까지 전 직종에 걸쳐 높은 비율로 친구나 지인을 통해 사람을 채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휴먼네트워크 222p)

즉, 우리들은 일자리 정보의 많은 부분을 지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주변 지인들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을 수록, 고용될 확률 뿐만 아니라 기대연봉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인맥 네트워크 속에서 일자리 정보가 공유되는 방식은 비단 개개인의 고용률과 기대연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 한 집단은 고용률이 높고 다른 집단은 낮을 때, 전자의 집단은 고용에 관해 더 큰 이점이 있으므로 집단 간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 이러한 동역학적 경향은 불평등을 더 심화시킨다.
... 고용률이 높은 집단의 고용률은 점점 높아지고 낮은 쪽은 더 낮아지는 식으로 피드백 효과에 의해 양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휴먼네트워크 224-225p)

이런 네트워크 파워는 다음과 같이 고임금 직군에서 강하게 확인됩니다. 

... 러랜과 시브라이트는 연결 수가 중앙값 수준인 간부와 상위 25퍼센트인 간부를 비교했을 때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연결 수가 상위 25퍼센트인 간부의 연봉이 20퍼센트 더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휴먼네트워크 229p)

여기서 연결 수란 전 직장 동료 중 현재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수를 의미합니다. 즉, 이전 직장 동료 중 현재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많을 수록 본인의 연봉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어디서 나타날까요? 여성도 연결 수가 많고, 인맥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요? 이는 다음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결성과 연봉 사이의 상관관계는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연결 수의 증가에 다른 연봉 상승 폭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큰 것으로 관찰된 것이다.
(휴먼네트워크 229p)

여성 고위 임원은 남성 고위 임원에 비해 연결 수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연봉 상승 효과가 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교육 수준이 더 높은 여성 간부가 남성 간부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는 다거나, 여성이 일자리를 소개 받는 데 남성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다른 연구 결과들과도 일치한다고 하네요.

 그럼 이런 일은 왜 생길까요? 왜 여성이 지닌 인맥 네트워크는 그들의 취업과 연봉 상승 효과에 잘 반영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요. 

... 예를 들어 말라위에서 연구를 진행한 로리 비어먼, 니알 켈러허, 제레미 매그루더는 남성들이 자격이 충분한 여성들을 알고 있을 때도 다른 남성들을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여성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을 더 추천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성의 편향된 선택에 따른 효과를 상쇄할 만큼 크진 않았다.
(휴먼네트워크 229p)

 이를 이해하려면 성별에 따른 '동종선호' 효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끼리끼리 뭉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를 동종 선호라고 하는데요. 우리는 문화적 혹은 사회적인 이유로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뭉치려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차이가 누구와 어울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성별에 따른 동종선호 효과는, 이미 하나의 성별이 직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 차별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남성이 많은 직군에 여성이 맺을 수 있는 '실제 관계의 수'는 남성이 맺을 수 있는 수 보다 적다는 것이지요 (이는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고위 경영진으로 갈수록 남성의 비율은 극도로 높아지는데, 이러한 편향은 남성과 여성의 막대한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휴먼네트워크 230p)

위의 예처럼 고위 임금을 받는 직군에 특정 성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성별의 임금 상승 효과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네트워크 효과는 우리가 능력 그 자체만으로 공정하게 평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인맥 네트워크 상에서 소수의 집단은 동종 선호성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내포하지요.

 그럼 이 인력 네트워크는 왜 작동할까요? 왜 그렇게 누군가에게서 들은 정보를 신뢰하고, 누군가의 추천서를 사랑할까요?

고용주들은 왜 그토록 추천서를 사랑할까? 
... 
인력풀이 더 넓어지면 그 속에서 귀한 인재를 발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왜 고용주들은 이런 기회를 차버리고 현재 고용인들의 친구나 지인을 고용하는 것일까?
 추천은 동종선호가 네트워크의 탐색을 돕는 것처럼 고용주가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휴먼네트워크 230p)

즉, 생뚱 맞은 곳에서 찾는 편 보다 주변 사람을 통해 듣는 정보가 훨씬 내가 원하던 조건에 적합한 사람 또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질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훨씬 유리한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추천서를 받은 직원은 이력서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며 더 오랫동안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가 추천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그가 비슷한 조건을 가졌지만 추천을 받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휴먼네트워크 232p)

 위처럼 온라인 구직 사이트를 통한 고용 실험의 결과는 실제로 '추천서'의 힘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일자리 네트워크가 고용에 관여해온 아주 오래된 방식은 현재도 유효하며,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상대적 소수자의 고임금 직군으로의 진입을 막아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힘을 무시한 채 "능력주의", "공정함" 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것은 폭력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상적인 '공정함'에 영원히 다다를 수 없습니다. 그 어떤 공정함에 대한 기준도 항상 그 누군가에게는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정해 지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는 공정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입니다. 능력주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섞여야 할 의무를 짊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섞일 수 없는 상태 보다 더 '불공정한 상태'는 없을 테니까요.

최근 두드러지는 혐오와 갈등은 공정성이라는 화두와 궤를 같이합니다. 우리 사회의 불완전함을 알지 못한 채로 '공정함'이라는 이데아적 개념의 칼을 여기 저기 휘두르다 보면 모든 것이 분열됩니다. 노인과 청년이 분열되고, 남자와 여자가 분열되고, 사회 각기 계층이 분열됩니다.
오늘 소개 드린 일자리 네트워크의 동역학은 우리가 공정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평등을 유발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존재합니다. 얼마 전 얼룩소에 올라온 김영준님의 글에서 소개된 초기조건과 마태효과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겟네요. '섞임'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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