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과 차이

2022/10/05
 발목을 다친 이야기를 자주하게 된다. 일단 행색이 그렇다. 목발을 집고 길가를 걸으면 대체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하물며 택시기사님들에겐 지나칠 수 없는 이야깃거리와도 같은 듯 하다(궁금해...!). 내가 말하는 이야기는 즉흥연주와 같아, 테마는 같지만 네러티브는 항상 다르다. 다만 큰 줄기는 시간순서대로 설명하던 것이 두괄식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봐도 좋겠다. "제가 출근을 하려고 지하철을 타다가..."에서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발이 빠졌습니다"로 바뀌어갔다. 나중엔 좀 거짓말도 하게 된 것 같다. "승객들이 밀려서..." 사실 나 혼자 떨어져 다친거다. 

  오늘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지나며 약 30분 내내 군대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기사님들마다 대화를 거는 타이밍과 방식은 좀 다르기 마련이지만, 오늘의 기사님은 거침없이 물어보셨다. "어쩌다 그러셨어?" 일단 그 유명한 반존대법 호칭. 나의 이번 대답은 "출근하다가 다쳤네요~"였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풀어놓을 기운이 없었다. 그러다 불현듯 "보통 사고 내는 건 신병들이지, 고참들이 아니라고"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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