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잇 블루머의 일상

새로샘 · 글 읽고 쓰기 즐기는 사람
2022/07/27


이 아들의 배꼽시계는 어찌나 정확한지, 12시가 넘으니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엄마의 느린 행동이 답답했는지 부엌을 왔다갔다,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남비에 차돌박이를 넣고 마늘까지 넣으려는데, 벌써 아들이 고기를 볶고 있다.

   나는 더 들어갈 재료를 다듬고 써느라 여유가 없는데, 이녀석이 된장 넣고, 기타 양념을 해서 짱구의 차돌박이 된장찌개 완성, 게다가 밥까지 야들야들하게 잘도 지었다. 물론 전기압력솥이 한 것이지만, 씻고 물양 조절을 했은께 아들이 한 것이다.

  아들이 된장찌개를 끓이고 밥을 지었다는 사실보다, 이 아들이 엄마 옆에서 야곱처럼 구는 게 즐겁다. 간장을 얼마나 넣을지, 설탕을 넣을 지 말 지를 묻는 대화에서부터 기분 좋을 때 슬며시 할 수 있는 책 이야기, 읽어보면 좋은 책들을 슬쩍 던져주기도 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밥 짓는 일은 부수적인 일이 되고 대화가 주된 일이 된다. 그래서 아들이랑 부엌에 같이 있는 게 좋다. 아들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들이, "엄마는 언제 그런거까지 다 알아본 거야?"
엄마로서는 문외한일 수밖에 없는 분야인데, 그런 책을 어떻게 아느냐는 말이다. 이 때 한마디 던져 주었다. "야, 임마, 엄마를 아무나 하는 줄 아냐? 나름 전문영역이다, 이 자슥아!!" 
작은 아이가 건축을 전공하려고 하는데, 그 분야 저자 한 분을 소개했더니 하는 소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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