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파덕, 골 아파도 괜찮아
괜히 말랑말랑한 글을 쓰고 싶은 날이다. 봄이 와서 그런가. 주말 사이에 사무실 주변에 벚꽃이 만개했다. 가장 기온이 높은 3~4시쯤 되면 괜히 나른해지는데 마침 꽃도 활짝 피어서 그런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봄으로 기억한다. 대구교대에서 하는 영재교육원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706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난히 햇빛이 따스하고 꽃향기도 솔솔 났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니 이성적 동물이니 이런 말을 하지만, 약간은 오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별 거 아닌 날씨 하나 때문에 사람의 기분이 이렇게나 달라지는데. 괜히 북유럽에 자살이 많은 게 아니다.
뭐라도 말랑말랑한 글을 쓰고 싶은데 딱히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노트북 모니터 앞에서 거의 30분 정도 멍때리고 있었다. 웬만하면 글감이 안 떠올라서 글을 못 쓰는 경우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글을 쓸 만한 날은 아닌가보다 싶었다. 어쩌면 내 무의식이 글쓰기의 기쁨은 느끼고 싶은데, 글감을 찾기 위해 뇌 속에서 나의 온갖 과거사를 헤집어놓는 불편함은 느끼기 싫어서, 30분동안 멍때리기를 한 걸지도 모른다. 몇몇 글감이 떠오르기는 했다. 반려동물을 키운 얘기라든지. 중고등학생 때 나름대로 소설과 시를 써 보려고 노력한 얘기라든지. 그런 소재들이 떠올랐는데. 엄청 재미있는 얘기는 아니라서. 그냥 패스했다.
물론 굳이 재미있는 글을 쓸 필요는 없긴 한데, 그냥 글을 쓰는 내가 신나서 글을 쓰는 그런 소재가 뭐 없을까 생각하다가, 별로 떠오르지 않아서 어영부영 카페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버렸다. 내일이 선거일로 공휴일이라 그런지,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내일은 심지어 내가 아끼는 친구들과 놀기로 했다. 낮에는 암사동에 있는 선사유적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친구가 해설까지 신청해 놓았다! 밤에는 개표방송을 보면서 친구와 치맥을 하기로 했다. 요즘 정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