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심에 두는 삶

이영진 · 끝없이 길을 찾는 구도자
2024/03/31
어머니 팔순 생신이셔서 형제들과 손자손녀들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고 어머니 댁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다. 어머니는 지금도 어린이 집에 하루 3시간씩 일을 하러 가신다. 최근엔 허리가 안 좋아지셔서 나가는 날짜를 조정해서 지나 달엔 열흘만 일하셨다고 한다. 자식들 몰래. 오래 전부터 어머니의 일을 극구 말리던 자식들은 이제 좋으시면 해야지요, 대신 아프면 절대 그만두세요, 쪽으로 입장을 바꾼지 얼마 안 되었다.

어머니는 대학교 앞에서 하숙을 해서 자식들을 키웠고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로도 이런 저런 일을 하시며 삶의 활력을 찾으셨다. 어머니께는 동네 친구들의 모임이나 여행보다도 어린이 집에서 만나는 아기들과 어린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더 기쁘게 여기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번 돈은 자식들이나 손주들에게 아낌없이 용돈으로 주시는 것을 큰 낙으로 여기시는 것을 보며, 어머니에게 일의 의미란 뭘까 생각했었다. 

"야, 내 몸만 건강하면 매일 일 나가는 것이 좋지. 가서 얘기도 나누고 밥도 먹고."
"네, 저도 건강만 하면 일 하는 거 너무 좋아요."

어머니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 문득 깨달았다. 
지금 어머니 모습이 내 모습이구나....
(남자는 자기 어머니랑 비슷한 사람을 아내로 맞는다는데 진짜인가 싶었다)

의도치 않게 발을 들인 곳이 학원가였지만 대부분의 강사들이 일정한 때가 되면 자기 공부방이나 학원을 차리는 것과 달리 나는 그냥 강의를 계속했다. 학부모님들의 불안을 자극해서 학원생을 유치하고 싶지도 않았고, 강사들에게 가혹하게 굴어 이익을 높이는 것이 싫다는 핑계를 댔지만 그냥 나는 사업에 자신이 없었던 것같다. 

문제는 나이가 드니 늦은 저녁시간부터 밤까지 일하고 주말에 종일 수업하는 게 점점 힘들어져 갔다. 풀타임으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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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해파리처럼 파도를 타고 넘실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다정함과 선의가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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