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기쁨

수미
2024/04/04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5시간을 달려 넓은 공연장에 발을 디뎠다. 광장에 휘날리는 콘서트 현수막을 보니 마음이 울렁였다. 이곳에 오는 데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된 콘서트를 서서 보면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좋은 걸 이제야 보다니…. 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조용히 울었다. 처음에는 좋아서 울었고, 후에는 회한이 밀려왔다. 어쩔 수 없이 콘서트 관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숱한 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임신·출산·육아의 정점에 있을 때마다 꼭 가고싶은 콘서트가 열렸다. 게다가 장소는 대부분 서울. 지방에 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단 한 번, 가까이 부산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가 열린 적이 있었다. 절호의 기회이지만 당시 뱃속에는 쌍둥이가 자라고 있었다. 임신 6개월에 접어든 나는 누가 봐도 만삭으로 보일 만큼 배가 불렀다. 의자에 가만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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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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