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사과, 전우원의 사과
2023/04/03
사과는 왜 중요한가
- 유일하게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전두환 하나인가?
처음에 전우원씨가 사과를 하겠다고 광주를 간다고 했을 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겠냐며. 그런다고 죽은 전두환이 살아서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소설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인 문재학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전우원의 광주행을 앞둔 심경을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두환 피가 흐르니깐 그래도 전두환 손자니깐 미운 마음이 드냐고요? 없어요. 하나도 없어요. 스물 몇살 된 손자가 뭘 알겠어. 사죄하러 와주니 좋지(....) 저는 지난 수십년간 인터뷰할 때 그랬다. '전두환이 와서 사과를 하면 받아줄 것이냐'고 물으면 '받아준다. 전두환이든, 이순자든, 또 아들이든 사죄하면 받아준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광주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건 아니겠다만, 어쩌면 '만약 전두환과 이순자, 혹은 그 가족 중에 하나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모두 고뇌해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쩔지 사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김길자씨의 답변을 보면서 진짜 어른의 모습이 저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게 진짜 어른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얼룩소에 올라온 관련 글 5.18을 사과한다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글을 읽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지점을 반박해보고자 한다.
1. '유일하게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말. 그러니까 전두환이 죽었기 때문에 사과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말. 이는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이 오직 전두환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아니, 애초에 전두환이 직접 광주에 쳐들어 가서 총칼로 광주 시민들을 죽인게 아닌데 왜 그는 사과를 해야 하는가? 사과는 애초에 직접적인 잘못에 대해서도 하지만, 책임질 것이 있는 이들도 해야 하는 일이다. 그때를 살았던 이들 중...
- 유일하게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전두환 하나인가?
처음에 전우원씨가 사과를 하겠다고 광주를 간다고 했을 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겠냐며. 그런다고 죽은 전두환이 살아서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소설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인 문재학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전우원의 광주행을 앞둔 심경을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두환 피가 흐르니깐 그래도 전두환 손자니깐 미운 마음이 드냐고요? 없어요. 하나도 없어요. 스물 몇살 된 손자가 뭘 알겠어. 사죄하러 와주니 좋지(....) 저는 지난 수십년간 인터뷰할 때 그랬다. '전두환이 와서 사과를 하면 받아줄 것이냐'고 물으면 '받아준다. 전두환이든, 이순자든, 또 아들이든 사죄하면 받아준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광주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건 아니겠다만, 어쩌면 '만약 전두환과 이순자, 혹은 그 가족 중에 하나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모두 고뇌해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쩔지 사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김길자씨의 답변을 보면서 진짜 어른의 모습이 저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게 진짜 어른이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얼룩소에 올라온 관련 글 5.18을 사과한다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글을 읽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지점을 반박해보고자 한다.
1. '유일하게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말. 그러니까 전두환이 죽었기 때문에 사과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말. 이는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이 오직 전두환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아니, 애초에 전두환이 직접 광주에 쳐들어 가서 총칼로 광주 시민들을 죽인게 아닌데 왜 그는 사과를 해야 하는가? 사과는 애초에 직접적인 잘못에 대해서도 하지만, 책임질 것이 있는 이들도 해야 하는 일이다. 그때를 살았던 이들 중...
5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씁니다.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 관련해서 활동하는 활동가이기도 하고요, 정당에도 몸담고 있는 중이에요.
instagram @minjun7682
피해자와 가해자는 많아도 진심 어린 사과 하나 보기 힘든 세상이죠. 사실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도록 사과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모처럼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물론 나중에 갑자기 어떻게 돌변할 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말입니다.
사과를 한다면 최소한 저렇게 해야 한다는 본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우원 씨의 사과를 시작으로 정말 사과를 해야할 사람들이 속히 사과를 하길 바랍니다만, 아마 쉽지 않겠지요.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니까 전우원 씨의 사과에 다들 열광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과연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라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읽었던 만화책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보면,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가 나옵니다. 일본이다보미, 무릎을 꿇고 도게자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하는데요. 그것만으로는 진심을 느낄 수 없다며, 엄청 뜨거운 철로 된 불판 위에서 도게자를 하는 사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죠. 만화적인 연출입니다만, 아직도 진심어린 사과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진심 있는 사과를 바란다지만, 그들은 절대 사과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사과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런지도요. 단순히 사과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내놓아야 할 재물이 많이 있을테니, 아마 사과하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어려운 상황 가운데, 전우원 씨가 큰 결정 내려서 사과했고, 그 사과에 광주가 응답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역사적인 일이라 생각하고, 이제 이걸 시작으로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