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트로 ④> 1980년대의 ‘미니멀리스트’, 길통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27
나는 동대문경찰서 형사계장이자 민완형사였던 길통과 함께, 또 어떨 때는 나 혼자 세운상가 오디오 전문점 ○○사에 종종 드나들었지만 길통이 어떤 제품으로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는 모른다.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영화나 TV드라마가 넘치는 요즘 같으면 ‘음악 듣는 노땅 민완형사’가 주인공은 몰라도 조연으로 ‘신스틸러’는 될 만한 캐릭터일 것이다. 하지만 근 40년 전에는 형사와 음악은 절대 겹치기 어려운 이미지였다. 잠복근무, 야간근무, 지방출장, 당직이 수시로 돌아오고 급여는 쥐꼬리보다도 작았던 형사는 3D업종이자, 극한직업이었다. 유행가라면 모를까, 클래식을 듣는 형사계장이라니! 그래서 그에게 “길 계장 기계는 뭔가요? 나팔은요? 무슨 음악 들어요?”라고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똑 부러진 대답은 못 들었다. 들었다면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을 거다.
40여년 전 길통이 극찬한 미제 AR스피커는 아직도 매니어가 많은 모양이다. 사진은 '킹오디오' 사이트에 오른 AR.
마란츠가 대세였던 때라 “마란츠인가요?”라고도 물었을 때 대답은 기억난다. “에이, 일제는 못써. 오모차지. 이것저것 스위치 많이 달렸잖아? 기능이 많으면 잔고장만 많지. 기술 자랑하려고 많이 달았지만 다 쓸데없어. 파워, 볼륨, 소스만 있으면 돼. ”한마디로, 전면 패널에 전원스위치와 음량조절 장치, FM라디오를 들을 거냐, 레코드를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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