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감벤과 아우슈비츠

말랑파워
말랑파워 · 나는야 용소야 나만의 길을 가련다
2024/03/24
조르조 아감벤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아감벤과 아우슈비츠

말로 표현하기 힘든 현실, 그래서 가능하지 않아야 했던 일이 가능했던 아우슈비츠. 아우슈비츠는 대량학살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냥 대량학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죽 했으면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는 불가능하다는 아도르노의 말도 있겠는가.

하지만, 아우슈비츠는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한 아직도 가능태이다. 누가 아우슈비츠가 단지 과거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세계 도처에서 우리는 아우슈비츠를 경험했고, 또한 우리 역시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단지 이 말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그 말로는 이 말이 지닌 의미가 다해질 수 없단 생각이 든다.
 
아우슈비츠의 증인과 증언과 그리고 무슬림, 부끄러움과 주체, 문서고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그다지 두껍지 않은 이 책이지만, 내용은 참 무겁다. 그리고 어렵다.
 
철학에 약해서인지 몰라도, 언어에 대한 지식이 얇아서인지 몰라도 이 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무슨 흥미거리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간 큰 코 다친다. 최소한 윤리와 법에 대해서, 그리고 말들의 어원에 대해서 언어학에 대해서, 푸코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아니, 꼭 알고 있어야 한단 법은 없지만, 알고 있으면 읽기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런 지식이 옅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든 책이었는데...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해석에 오독이 많겠지만, 어쩌랴 책은 오독을 필수로 한다는 얘기로 위안을 삼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더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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