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의무는 더하고 책임은 덜하는 사회였으면..

V
Veilchen · 가끔 다른 노동도 하는 돌봄노동자
2021/10/10
'의무'와 '책임'이 엄밀한 표현은 아니란 건 알지만, 적확한 용어를 생각해내기 어려워서 이렇게 써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가정주부)이 메인 직업이다 보니 가끔씩 이 토픽에 들어와 보다가 한 번쯤 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요즘 육아를 망설이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특히 시간적, 경제적, 정서적 측면에서..)
1) 육아를 할 만한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
2) 육아에 (과거보다) 너무 많은 자원이 요구된다.

현대사회는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으면 그 아이의 육아에 물리적으로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요구합니다. 최소한의 시간도 투자하지 않으면 그 보호자에게서 양육의 '자격'을 박탈하기도 하죠. 그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과거에는 아이의 '생존'만 담보할 수 있는 정도면 excuse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적합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올바른' 교육과 환경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도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값비싼 업무인데, 한 번 발을 들이면 웬만해서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다는 점이 무시무시하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싸진 '부모 되기'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제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개인적으로 자원을 '쥐어짜내어' 그것을 감당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아동을 '인격체'로 존중하기에 그 정서적, 인격적 발달을 도와줄 의무가 부모에게 요구된다면, 부모에게 물리적으로 '시간'이 있어야만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인격체라고 인정하고, 또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것의 중요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라면, (잠재적) 양육자에게 육아를 준비하고 연습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그 사회의 의무입니다. (양질의) 육아를 위한 시간이 가령 경제력 확보를 위한 시간과 경쟁하여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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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죽지 않을 만큼의 안전과 편의를 누려,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사는 게 답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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