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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로부터 장내미생물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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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병원에 다녀오면 거의 항상 항생제 처방을 받는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한 경우는 물론이고, 피부과에서 여드름을 치료할 때, 내과에서 감기로 목이 붓거나 폐렴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치과에 가서 잇몸치료나 발치를 했을 때, 요로감염 등 세균성 감염병을 치료할 때 항상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병원에서는 3~7일 항생제를 복용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의외로 다양한 항생제를 복용하고 복통, 배탈이나 설사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에도 부작용, 특히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를 구한 항생제와 내성균의 반격

우리의 몸에는 많은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몸 모든 곳에 미생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와, 코에서 폐에 이르는 호흡기, 외부에 노출된 피부 등에는 미생물이 살고 있지만, 그 이외의 모든 혈액과 장기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치거나 수술 등으로 상처가 나면 무균 상태가 무너지면서 균이 생체 내로 침투해 쉽게 증식한다. 우리 면역 체계가 이를 없애기 위해 작동하는데, 추가로 감염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게 항생제다 (BOX 1).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혁명적인 현대의학이었다. 항생제 사용 덕분에 감염성 질병(폐렴, 결핵, 디프테리아 등 전염병)에 의한 치명률을 크게 낮춰 인류의 기대수명을 수십 년 증가시켰다. 1945년 이전에는 인류의 주요 사망 원인이 감염병이었는데, 이후에는 심혈관계 질환, 암과 당뇨 등으로 바뀌었다. 
 
페니실린은 베타락탐(3개의 탄소 원자와 1개의 질소 원자로 이뤄진 고리 모양의 화학 구조)계 구조를 가진 항생제인데, 이후에는 보다 다양한 구조를 가진 항생제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항생제의 특징은 동물(진핵생물)과 달리 세균(원핵생물)에만 존재하는 세포벽 생성을 억제하거나, 세균에 특이적인 핵산 합성을 억제하거나, 또는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 숙주인 동물에게는 부작용이 없고 세균에만 작용하는 매우 좋은 약물이다 (표 1).
(표 1) 대표적인 항생제와 원리

좋은 항생제가 이미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항생제가 지속적으로 개발된 데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병균이 항생제에 반응해 쉽게 제거될 수 있지만, 살아남은 소수의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아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균(내성균)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항생제가 필요해졌다 (BOX 2).  


부작용: 장내미생물 균형을 깨뜨리다

모든 세균이 인간에게 해로운 것은 아니다. 인간의 체내에는 5000종이 넘는 세균(미생물로도 표현)이 39조 개 존재하고, 이 미생물이 가진 유전정보는 인간 세포가 가진 유전 정보의 100~1000배에 달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미생물 집단은 숙주인 인체가 할 수 없는 다양한 화학반응을 매개하고, 여기서 생긴 대사물질은 체내로 흡수돼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기능을 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내미생물은 면역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한다. 장에 결합할 부위나 공간을 얻기 위해, 또는 영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병원균과 경쟁해 개체수를 줄이고, 직접 병원균을 저해하는 물질을 생산하기도 한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은 숙주로서 체내 미생물군과 상호작용하며 최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01년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정의가 처음 나온 이후, 우리 몸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세균(미생물) 장기’로 인식하게 된 계기다 (그림 2).
[그림 2] 인간 등 동물은 체내 미생물군과 상호작용하며 최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미생물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신인철

항생제는 동물이나 사람의 세균 감염 치료를 위해 지난 반세기 동안 매우 유용하게 사용돼 왔다. 하지만 항생제 복용은 병원균뿐만 아니라 상시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작용해 장내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린다(dysbiosis). 이 변화는 숙주에게 질병을 일으킬 위험 요인이 된다. 이런 부작용이 알려진 지는 꽤 됐지만,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장내미생물에 대해 항생제가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으로 연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미생물 특이 16S rRNA 염기서열을 저렴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해독(NGS, Next Genome Sequencing) 기술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항생제가 어떻게 장내미생물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질 수 있었다(1). 
 
이런 연구를 통해, 항생제가 장내미생물 불균형을 초래하며 이 불균형이 때로는 심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내미생물 구성은 개인마다 다르나, 한 개인은 비교적 오랫동안 안정적인 구성을 보인다. 그래도 미생물의 구성은 나이와 사는 장소, 음식, 감염, 염증, 약물 처치,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 가운데 특히 항생제는 미생물 구성을 크게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세 명에게 시프로플록사신(다양한 균주에 항생제로 사용하는 퀴놀론계 항생제)을 투여할 경우, 장내미생물의 3분의 1 정도가 변하게 된다. 항생제 투여가 끝나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회복되는데, 여전히 몇 종류는 6개월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2, 3) (그림 3).
[그림 3]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은 나이와 사는 장소, 음식, 감염, 염증, 약물 처치,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항생제는 미생물 구성을 크게 변화시키는 요인이다. 신인철


이런 장내미생물 불균형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소가 있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이 과도하게 증식해(CDI,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항생제 유발 장염인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부작용은 1000명당 3~4명의 확률로 일어나는데, 어린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자에게서 주로 일어나며, 치료가 어렵고 자칫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4).
 
항생제는 이 외에도 평소엔 양이 많지 않은 장내세균속균종(Enterobacteriacease)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의 내성균과,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갖는 장내구균(Enterococcus), 살모넬라속균(Salmonella spp, 식중독 관련 균),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 피부/입/장/여성의질 등에 자라는 곰팡이)를 증가시킨다. 다양한 위장관 질병과 감염, 심지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5). 
 
천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항생제에 노출된 1세 어린이는 천식이 생길 위험이 조금 증가하고, 항생제를 처리한 횟수가 늘면 그만큼 위험이 더 증가한다. 어린이 천식은 항생제 복용이 위험 요인이다. 3개월 된 유아 300명의 분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나중에 천식이 생기고 항생제에 노출된 유아의 장내미생물 속 FLVR균(지방과 당 대사를 개선하는 피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과 라크노스피라(Lachnospira), 베이노렐라(Veillonella), 로티아(Rothia))의 양이 크게 감소했음을 확인했다(6).
 
모델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모델동물에게 반코마이신을 투여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체 이뮤노글로불린E(IgE)의 양이 증가하고, 조절T세포(염증성 질환과 자가면역 질환 예방 기능)의 양이 감소했다. 반대로 천식 동물모델에게 FLVR균을 투여하면 천식의 증상이 호전됐다. 
 
장내미생물 구성이 바뀌면 장과 분변의 미생물 대사물질(단쇄지방산인 아세트산(acetate, 탄소 2개), 부티르산(butylate, 탄소 4개) 등) 양이 크게 변화한다. 동시에 숙주의 혈액이나 소변의 대사물질 종류와 농도도 변화한다. 이런 변화는 숙주의 다양한 대사기능(비만, 당뇨, 뇌기능, 폐 기능, 경화 등)과 면역기능(선천면역, 후천면역, 염증, 아토피성 피부염 등)에 영향을 준다(장내미생물의 대사물질이 숙주의 다양한 생체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또 다른 집현문서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8)).
 
마지막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면 장내미생물도 항생제 내성을 피할 수 없다. 장내미생물에 항생제내성유전자(ARG, antibiotics resistance genes)가 생기면 내성이 없는 미생물에게 이 유전자를 쉽게 전달함으로써 내성을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감염성 질병의 치료를 어렵게 한다(5). 
 
 

섬유질 많은 채소 식단, 불균형 회복에 도움

항생제에 의해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얼마나 생기고, 처치 이후 어느 정도 회복될지는 항생제의 종류, 투여 방식, 용량, 투여 시간, 시료 채취 시 상태(나이, 성별, 식습관, 건강 상태, 약물 처지 유무 등)에 따라 다르며, 특히 항생제 처치 전의 상태에 크게 좌우된다. 처치 전의 상태를 알기는 어렵기에, 아직 일반적인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동물모델에서 항생제 복용에 따라 어떤 시계열 변화가 나타나는지 등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항생제 투여 이후 회복 과정에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면 항생제 사용에 의한 약효는 잘 유지하고, 이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할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약의 작용 기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해 효과는 유지하고 내성은 줄이며 회복을 쉽게 할 수 있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항생제 사용 전략이 될 것이다. 
 
특히 항생제 투여 뒤 회복 과정에서는 숙주인 사람과 동물의 식습관이 중요하다(7). 고지방과 정제당을 많이 먹는 서구의 식습관은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고지방 식이를 한 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장내세균속균종이 크게 증가하며 살모넬라에 의한 감염도 크게 늘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 회복이 늦어진다
 
반면 섬유질(과일과 채소)을 포함한 식이를 한 경우엔 분변의 단쇄지방산(뷰티르산 등) 양이 빠르게 회복되고 장의 주요 균인 후벽균문(Firmicutes) 미생물이 정상치로 빨리 돌아온다. 
 
이 결과는 식습관에 따라 장내미생물군의 다양성이 다르고, 항생제에 반응하고 회복하는 정도도 다름을 말해준다. 서구식 식이습관이 건강뿐만 아니라 항생제 부작용 정도와 회복력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 투여 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특정 프로바이틱스를 공동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내미생물군의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가 대변 이식이 미생물군 복원에 도움이 됐다.
 
 

마무리하며 

항생제는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적은 양을 투여해도 장내미생물의 종류를 크게 교란시킬 수 있다. 이런 변화는 항생제 처치 이후에도 오랫동안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항생제가 해가 없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항생제의 복용을 줄이고,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면역이 약한 고령자는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섬유질이 많은 식습관을 통해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항생제의 종류와 복용 방법, 기간, 양, 생체 이용률 등을 고려하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 장내미생물군의 구성을 조절해 면역 질환 치료법으로 활용할 날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이공주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김규원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이공주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더 나은 지식기반 사회를 향한 과학자·전문가 단체입니다. 상호 교류를 통해 지식을 집산·축적하는 집단지혜를 추구합니다. alookso와 네이버를 통해 매주 신종 감염병, 기후위기, 탄소중립, 마이크로비옴을 상세 해설하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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