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 나
인간과 미생물과의 관계가 최근 들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감염병의 원인 병원체로 밝혀지면서 멀리할 대상,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던 미생물은 최근 생명과학의 발달과 함께 우리의 생존과 건강에 필수적인 존재로 재확인되고 있다. 미생물을 피하고 미생물과 우리 사이에 분리의 장벽을 세우고 그 장벽을 넘어 침입하는 미생물은 박멸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과 위생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 됐다.
최종 업데이트
2024/11/05
인간과 미생물과의 관계가 최근 들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크기의 미생물은 16세기에 현미경이 발명된 뒤부터 점차 알려졌다. 처음에는 인간과 가축의 질병원으로써 발견되고 그 정체가 규명됐다.
특히 19세기까지 인간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던 전염병과 감염병의 주범이 미생물임이 알려지면서 각각의 질병에 대한 원인 미생물들이 대대적으로 발견됐다. 1874년 나병균, 1880년 장티푸스균, 1882년 결핵균, 1884년 콜레라균, 디프테리아균, 파상풍균, 1886년 폐렴균, 1894년 페스트균, 1898년 이질균 등이 속속 정체를 드러냈다.
19세기 후반부에 그 당시 저명한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와 코흐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병원성 미생물들이 파악됐다. 이런 병원성 미생물들은 19세기 이전의 인류 역사에서 대규모 유행성 질병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참혹하게 사망시킨 주범이었다. 대표적으로 페스트균에 의한 흑사병은 서기 541년에서 750년 사이에 유럽에서 창궐해 인구의 반 이상이 사망했고, 14세기에도 다시 창궐해 750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도 1918년에 대유행해 5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와 같은 대참사로 인간의 뇌리에 미생물의 병원성이 깊게 각인이 됐다. 이는 미생물을 우리가 피하고 멀리해야 할, 박멸시켜야 할 극히 부정적 존재로 인식하게 했다. 20세기에 들어와 병원균을 박멸할 수 있는 항생제가 발견되면서 비로소 인간이 이런 병원성 미생물의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미생물들은 이런 항생제나 항균제, 항바이러스 약물에 내성을 가진 변이종으로 진화를 해 인류의 건강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최근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들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인간의 건강과 정상적인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경제활동에도 큰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미생물의 유해성이 크게 부각이 됨으로써 인간과 미생물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장벽이 세워졌다. 인간은 가능한 한 미생물을 멀리 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생물의 대부분은 인간과 인간에게 가까운 가축, 작물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20년 사이에 새로운 미생물 검색 방법인 차세대 DNA 서열분석법인 메타유전체 분석법에 의해 우리 몸과 주변에 수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우리 몸만 살펴봐도 몸을 이루고 있는 약 30조 개의 세포보다 10배 이상 많은, 엄청난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극소수의 병원성 미생물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미생물이 우리 몸과 상리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우리의 생존과 건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20년 사이의 생명과학 연구에서 가장 획기적인 성과로서 미생물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바꾸고 인간의 건강과 장수에 미생물과의 동행이 필수적임을 알려준다. 즉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기와 물과 같은 존재로서, 사실상 우리가 미생물의 바다 속에 살고 있음을 이제는 깨닫게 됐다. 앞으로 이러한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로부터 새로운 건강관리법과 질병의 예방 및 치료법이 무수히 창출될 전망이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극소수의 병원성 미생물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미생물이 우리 몸과 상리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우리의 생존과 건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20년 사이의 생명과학 연구에서 가장 획기적인 성과로서 미생물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바꾸고 인간의 건강과 장수에 미생물과의 동행이 필수적임을 알려준다. 즉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기와 물과 같은 존재로서, 사실상 우리가 미생물의 바다 속에 살고 있음을 이제는 깨닫게 됐다. 앞으로 이러한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로부터 새로운 건강관리법과 질병의 예방 및 치료법이 무수히 창출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생물을 피하고 미생물과 우리 사이에 분리의 장벽을 세우고 그 장벽을 넘어 침입하는 미생물은 박멸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과 위생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 됐다. 이런 관점에서 본 연재는 ‘미생물의 재발견’ 이라는 기획으로 일련의 원고를 구상해 우리 몸과 주변의 미생물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며 우리가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장수할 수 있는 방안을 미생물과 더불어 모색하고자 한다.
글 김규원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글 김규원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김규원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이공주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시리즈 기획 김규원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이공주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