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8/26
출처: 천세곡의 사진첩



밥만 차리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나와 아내의 식사를 방해하는 불청객. 밤손님이 아닌 밥손님. 바로 날파리다.

  음식물 쓰레기는 늘 제 때 치웠더랬다. 싱크대 배수구도 깨끗하다. 이 정도의 깔끔함이라면 진작에 씨가 말랐어야 한다. 그런데 바선생(바퀴벌레) 못지않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 날파리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기는 걸까?

  밥 좀 먹을라치면, 어김없이 날아와 반찬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그것도 꼭 한 마리가 나타나 그러고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몇 번 휘휘 저었다. 하지만 약 올리듯 다시 날아드는 얄미운 놈이다. 

  살생을 하고 싶지 않아 연신 쫓아내 보지만 소용없다. 조용히 일어나 휴지를 한 장 빼들었다. 내가 휴지를 빼들었다는 건 녀석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이다. 날파리가 다시 오길 기다리며 밥 먹는 척을 해본다.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를 이용해 휴지를 잘 파지 하고 온 정신을 집중했다. 녀석을 섬멸하려고 자세를 잡은 채로.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나타나질 않았다. 마치 내 계획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수분이 지나도 보이지 않자 휴지를 내려놓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날파리는 기다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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