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 일기 #20] 장비를 몰면 돈을 꽤 벌 수 있다
2024/01/05
한번은 주중에 다른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토요일에 인력사무소를 나가보았다.
노가다에게 주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일만 있으면 한다. 주말이라고 수당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인력사무소에서는 무슨 운동장 공사 현장을 가보란다. 가보니 인조잔디가 깔려있고 거기에 모래를 붓는 작업이다. 왜 인조잔디에 모래를 붓는지는 모르겠다.
현장 소장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인상이 낯익다. 옛날에 1박2일에 나왔던 김씨를 닮았다. 1박2일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이런 데서 만나다니.
내가 맡은 일은 단순했다. 모래가 가득담긴 항공마대에 바를 연결해 크레인에 걸어주는 것과 다 쓴 항공마대를 접어서 정리하는 것이다.
항공마대는 일반 마대보다 훨씬 큰 마대다. 그런데 보니까 다 새것이다. ‘와, 이거 꽤 비쌀 텐데 다 새 걸 쓰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항공마대는 재활용이 불법이다. 항공마대에 모래 같은 걸 가득 담으면 무게가 1톤가량 나가기 때문에(그래서 이걸 톤백이라고도 부른다) 자칫 크레인으로 들어 올렸는데 떨어지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나도 작업할 때 크레인이 항공마대를 들어 올리면 최대한 멀찍이 떨어졌다.
아무튼 아침에 보니 이걸 지게차가 열심히 2층으로 쌓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