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를 잃은 자유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각자도생에서 사회연대로
2024/06/28
우리 부대에는 납득할 수 없는 전통이 있었다.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소대별로 집합하는데, 후임은 다른 생활관에 가서 선임을 모셔 와야 했다. 병영에 시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집합 시간이 자주 바뀌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몇몇 선임은 후임이 부르러 올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거나 애먼 곳에서 담배를 피웠다. 간혹 부대 간부가 발견하고 제지했지만, 후임에게는 간부 지시보다 선임 꼬장이 더 가까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군기'가 잡혔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이 우리 일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불합리한 관행은 대체로 불합리한 사건을 일으킨다. 얼마 전에 한 훈련병은 훈련을 가장한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훈련병을 죽인 중대장은 규정도 어겨가며 고문을 자행했다. 이 사건을 두고 중대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훈련 중에 일어난 사고를 처벌하면 대체 어떻게 병사들을 훈련시킬 수 있느냐는 식이다. 체육계에서는 교육과 학대의 경계가 흐리고, 군대에서는 훈련과 고문의 경계가 흐리다.

우리가 중국, 북한을 경계하는 이유가 뭘까. 그들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뭘까. 그들과 다르게, 우리는 자유를 아끼기 때문이 아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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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자기계발론과 자유방임주의에 맞섭니다. 법치국가와 사회연대를 결합하려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더칼럼니스트 창간 1주년 기념 칼럼 공모전 당선 얼룩소 에어북 공모 1회차 선정 '함께 자유로운 나라' 출간 얼룩소 에어북 공모 6회차 선정 '좌업좌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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