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3/10/02
우선 본문의 좋은 글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본문을 좋게 평가하는 것은, 일단은 제가 몸담은 전공분야에서 공포 관리 이론(이하 TMT; terror management theory)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먼저 어떤 인식의 틀을 가지고 특정 사회적 문제에 접근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TMT가 제안하듯이, 인간은 실존적인 차원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존재입니다. 아직까지는 불로장생이 불가능하다 보니, 인간은 다양한 상징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그 중에서 '후손 대대로 훌륭한 조상으로 떠받들어지고 모셔지는 것, 그리고 그런 조상들과의 연결감을 유지하며 그들의 유산을 전수하는 것' 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문화 보편적으로 많이들 채택하는 죽음 극복 전략입니다.

따라서 저는 큰 틀에서는 본문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다만 한 가지, 저는 과연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제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범적으로 '제사란 이러해야 하는 것이다' 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제사는 흔히 이렇게 취급되곤 한다' 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제안을 드리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국인은 대체로 현세 중심적이다" 라는 진술이 아직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인들은 제사를 통해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제사를 현생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A: 제사는 왜 지내나요?
B: 왜긴, 조상 덕 좀 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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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 어느 아이디에서 활동이 가장 많습니다. 향후 타 플랫폼으로 이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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