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에포크와 인상주의 2 - 왜 하필 벨 에포크야?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08
봉 마르셰 백화점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어느 시대를 이야기하든, 어차피 우리는 우리 시대로 돌아와 지지고 볶을 텐데, 왜 하필 모든 것을 어둡게 뒤엎으려는 이 위중한 시기에 먼 나라, 먼 시대인 프랑스의 '벨 에포크'야?

- 프랑스인들이 ‘아름답고 좋은 시대’라고 회고하고, 이 나라의 대중이 그런 줄 믿고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 정말 그래서는 아니지?

- 맞아.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산이 높으면 골이 깊어. 벨 에포크가 딱 그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해 주는 높은 산 같았는데, 깊은 골짜기로 처박혔지. 1차 세계대전 속으로 처박혔어. 

- 꽃 좀 피울 것 같다가 골짜기로 처박힌 시대는 그때 말고도 많았잖아. 멀리 갈 필요도 없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걸? 지난 시대의 악마적 담론과 인물들을 다 불러내서 함께 손잡고 검은 물을 들이고 있잖아.  

- 지금을 딱 잘라놓으면 뭐가 어떻게 좋고 나쁜지를 알 수 없어. 그렇게 해서는 뿌리까지 치료할 수 없어. 다른 시대를 가져와야 지금을 이해할 수 있어. 

- 그건 알겠는데, 왜 하필 100년도 더 전의 프랑스를 이야기하려는 거냐고? 그게 지금의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어? 

- 관계가 깊지. 아주 깊어. 그 시대의 형상이 우리의 상부구조를 이루고 있거든.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볼까?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백화점엘 가. 대단히 현대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180년이나 된 풍경이야.

- 백화점 풍경이 그렇게나 오래 됐다고?
봉 마르셰 백화점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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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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