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만만해 보이면 어때서?
2024/02/29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 피곤함을 느끼는가? 내 경우엔 자기 확신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과 대화할 때이다. 지난 글에서도 자기 확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과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어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다르다. 고백하건대, 나는 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다. 내가 좀 만만해 보인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나아가 '만만하게 보인다는 것'이 큰 결격 사유인 양 회자되는 것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좀 만만해 보이면 어때서? 만만해 보이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만만해 보이는 사람과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느 오후 무심코 포털 검색창에 '만만하게'라고 입력했더니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의 특성',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류의 글들이 많이 나온다. 일상에서 '만만하다'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증거는 꽤 많다.
좀 만만해 보이면 어때서? 만만해 보이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만만해 보이는 사람과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느 오후 무심코 포털 검색창에 '만만하게'라고 입력했더니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의 특성',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류의 글들이 많이 나온다. 일상에서 '만만하다'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증거는 꽤 많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다. 사춘기에 다다른 중학생이 남들이 자기를 만만하게 보고 괴롭히는 것 같다며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방법'을 구하고 있다면, 이 학생에겐 좀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쉬워 보이면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상 괴롭히려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만큼 타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허세를 부린다고 해서 극복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고, 좀 더 강해 보이면 좋겠다는 '강함 선망'도 인정하겠다. 그것이 왜곡됨 없이 성장과정에서 잘 발현될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것은 성인 세계의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이 만만하다는 말은 주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때로 이용을 당할 수 있고, 살면서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이 살면서 불이익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긴 힘들다. 다만, 이것 하나는 좀 구별하자.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문제인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이용하려는 상대가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