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탱고

승은 · 탱고를 추고 글을 씁니다.
2023/08/13

프라하에 가기로 한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못가봤기 때문이었다.
약 16년전. 남편의 공부때문에 뮌헨에 4년 정도 살았었다. 그 때 프라하는 뮌헨에서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장소였다. 그래도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유학생 마누라가 어딜 가고 싶다고 마음 먹기란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못 가본 도시가 되었다. 탱고수업으로 뮌헨의 일정을 꽉 채워서 조금은 빠듯하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일상을 한 번 깨고 싶다고 해야하나.잠시 웃었다. 왜냐하면. 일상을 깨고 뮌헨으로 탱고 수업을 갔는데 그 특별한 일상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뮌헨에서 프라하로 가는 경로는 버스로 가기로 했다. 가격도 저렴했고 시간도 그리 길 지 않았다. 뮌헨의 ZOB 버스중앙역에서 출발했다. 날씨는 비가 와서 추웠고 낯선 곳에 가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긴장감이 돌았지만 그래도 마음속 깊숙히 묘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따뜻한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카푸치노 한 잔을 샀다. 카푸치노를 파는 터키 종업원이 매우 친절했다. 나의 어설픈 독일어를 기분 좋게 받아줬다. 덕분에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았다. 버스를 타고 밖의 풍경을 보다가, 졸다가 하며 가다보니 프라하에 도착해 있었다. 앱으로 프라하의 교통티켓을 구매하고 버스에 올랐다. 워낙 길치라 어리버리하게 다녔더니 딱 봐도 공부 잘하게 생긴 흑인 하나가 인도식 영어를 쓰며 내가 내릴 곳을 상세히 설명해줬다. 나쁘지 않다. 뮌헨 버스 중앙역에서 커피를 내게 내어주었던 발랄한 터키 언니. 그리고 친절한 인도흑인청년.  내가 두려워할 때 옆에서 작은 응원을 보내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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