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된 '가짜' : 오사카 성 천수각 이야기
2021/11/07
흔히 문화재 복원과 보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냐는 논쟁이 많이 오고가곤 합니다. 특히 화재로 소실되기 쉬운 전통 목조 건축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방식이 '진정한 복원' 인지에 대해서 논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로서 '재건' 90주년을 맞이한 오사카 성 천수각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정확히 90년 전 오늘, 오사카 성 천수각이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재건'되었습니다. 1615년 낙뢰로 소실된 지 315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오사카 성 천수각의 재건 사업은 당시 도쿄를 제치고 일본 제일가는 도시의 자리에 등극했던 오사카 시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1920년대 중반의 오사카는 지금보다도 많은 인구(315만 명)을 자랑했으며, 이는 도쿄의 인구(확장 이전, 220만 명)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였습니다. 교토-오사카-고베로 이어지는 케이한신(京阪神) 대도시권은 그들만의 '모더니즘' 문화를 일본 전국으로 발신했고, 대오사카(大大阪)라는 별명이 매일같이 신문과 대중서에 오르내리던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날로 높아져가는 오사카 시민의 자긍심을 당시 오사카 시장이었던 세키 하지메(關一, 1873-1935)는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시가지 남북을 관통하는 상징가로 미도스지(御堂筋)와 일본 최초의 공영 지하철인 오사카시영지하철의 건설을 추진하던 그는 쇼와 덴노의 즉위 기념 사업으로 당시 일본 육군의 주둔지였던 오사카 성 일대를 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수립합니다. 물론 단순한 공원화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오사카'의 상징이 될 오사카 성 천수각을 '재건' 하는 것이 이 계획의 핵심이었습다. 다시는 소실될 일이 없는 항구적인 시민의 모뉴먼트로 만들고자, 목조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은 도쿄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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