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프로메테우스는 왜 인간에게 불을 건넸을까?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3/09/12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2023.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배우: 킬리언 머피(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에밀리 블런트(캐서린 오페하이머), 맷 데이먼(레슬리 그로브스), 로브트 다우니 주니어(루이스 스트로스), 플로렌스 퓨(진 태틀록).

맨하튼 프로젝트의 연구 책임자 <오펜하이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 정도 작품이 될 거로 예상하며 극장을 찾았다. 14,000원. 요즘 왠만하면 극장에 가지 않는데, <덩케르크>의 감동을 잊지 못해 큰맘 먹고 투자를 했다. 나에게 투자가 필요한 시기. 40분 걸려 극장까지 걸었고 걷는 동안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버스비 3,000원을 아꼈으니 11,000원에 본 셈 치자.

<오펜하이머>와 비슷한 느낌을 준 몇 작품이 떠올랐다. 다 보고 나니 <퍼스트맨>보다는 밀도가 더 짙더라. 오히려 <마진콜>이나 <빅쇼트>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대사 따라가기 참 버거운 점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다른 이유들, 온갖 간계가 난무한 정치적 영화 특유의 복잡한 이야기 동선, 영화가 끝나면 기억이 안 날 법한 한 번씩은 조명을 받는 다양한 조연들 따위. 더욱이 세 개의 시점으로 영화를 서술한 까닭에 ‘가볍게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찾은 관객들은 혼꾸녕이 난다. 그러나 그 짙은 밀도 덕분에 영화는 더 풍미로워질 수 있었다.

아마 평균적인 관객이라면 나처럼 대사 따라가기 좀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봉준호의 말처럼 모든 영화는 감독이 장착한 고유의 리듬이 있다. 특히 대가라면 리듬을 매우 중요시하는 듯하다. 영화의 질 그리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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