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나의 실패이력서] 4. 미국 취업이라는 환상과 현실, 그리고 남은 것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4/04/15
일하다 보니 기회가 생겼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미국에서 일할 기회였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거라 생각했다. 지쳐가던 현실에서 어서 나오라는 '탈출의 동아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더 많은 날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기회의 동아줄'이었다.




브레이크 없는 차를 운전 중이었다

벚꽃은 지고 초록 나뭇잎과 열매가 남다. ⓒ청자몽

어렵게 시작했고, 어렵게 해 오던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심한 게 목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잘나서 이렇게 잘 되고 있는 거야. 하고. 겸손은 사라지고, 목이 뻣뻣해졌다. 게다가 능력보다 훨씬 과대평가를 받아 과분한 대우를 받았다. 겸손을 배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불안해졌다. 2000년 초반에는 35살 즈음에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고, 닭집 사장이 된다는 말에 앞으로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때 마침 미국에서 일하던 남편 지인이 우리 부부가 함께 미국에 와서 일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아니! 모두 바라마지 않는 기회가 오다니! 놓칠 수가 없었다.

정말 빨리 일이 진행되었다. 남편과 나의 취업비자(H1)도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취업비자가 나온 날, 하필 회사 승진 발표일이었다. 퇴사를 알리기 전이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진급이 안 되었다. 팀장님은 회의실로 나를 부르셨다.



"이대리.. 미안하네. 이번에 승진이 안 됐어. 다음번에 열심히 해보자."

"팀장님,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저 미국가요."

"뭐? 어디? 에이.. 이대리 왜 그래."

"진짜예요. 취업비자가 나왔어요. 같이 가기로 했어요."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조건을 중요시하며 회사를 옮기다가 방향을 잃은 나에게 탈출할 기회라 생각했다. 그것도 나라 밖으로!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시작이었다.



사는 환경이 참 많이 달랐다

미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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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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