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나라의 난임 병원 졸업생 9] 돌봄의 쾌락은 어디서 오나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4/22
1. 
"스스로 돌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돌봄을 좋아한다는 것이 꼭 선하거나 착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정지우 작가의 문장이다. 그는 해당 글에서 예전부터 '돌봄에 취향'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동생, 동물, 혹은 여자친구들을 돌봐왔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서 돌봄은 일종의 취향으로, "존재를 아끼는 만큼이나 그 존재들에 대한 소유욕도 강하게 느낀다"며 돌봄과 소유욕, 지배를 연관시킨다. 돌봄 역시 "나 좋자고 한 것"이라고 쓴다.

나 역시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돌봄을 생각할 때 희생, 선함과 같은 이미지만을 그렸다. 나를 위한 시간을 나 아닌 존재를 위해 쓰고, ‘나’는 뒷전으로 미뤄놓는 것 말이다.

정지우 작가는 지금까지 병아리나 개, 여자친구, 동생들을 돌봐왔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이번 출산을 통해 정말 '돌봄'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고 동생도 없고 애인관계에서도 대체로 '돌봄을 받는 대상'이었다.  

2. 그래서 나는 책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아기 돌봄'이 쾌락의 순위에 얹혀있을 때 '아기를 돌보는 게 쾌락이라고? 희생이 아니라?'라고 의아했다.

책에서 나오는 쾌락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친밀한 스킨십
2. 연극, 무용, 음악회
3. 전시회, 박물관, 도서관
4. 스포츠, 달리기, 운동
5. 원예
6. 노래, 연기
7. 대화, 수다, 사교
8. 조류, 자연 관찰
9. 걷기, 등산
10. 사냥, 낚시
11. 음주
12. 취미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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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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