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06/20
강부원 님의 <한국사회의 시민 인문학 정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1+2부)은 크게 '새로운 시민 인문학 정책이 절실한 한국 사회', '사회적 대타협과 대전환으로서의 시민 인문학 정책', '학산정 연계 모델로서의 시민 인문학 ', '자생적 시민 인문학 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 및 실질화', '권역별 시민 인문학 센터 설립 추진', '인문학 지원도 일자리 확보가 될 수 있다'라는 소제목들에 표현된 주제를 다루는 단락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각 단락의 요지를 파악해볼 때 납득이 안 가는 내용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모든 요지들, 즉 저자의 인문학 정책에 대한 주장들이 실은 그와 관련된 가장 논쟁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 없이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그런 논쟁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란 도대체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인문학을 공부하거나 가르치면 왜 좋으며, (모든 좋은 것들을 국가가 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면 - 요컨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국가의 돈을 직접 지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리가 유효하다면 - ) 국가는 왜 그런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들이 왜 다루어지지 않는지는 맨 아래에서 아마 추정해볼 법한 이유를 제시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단락에서는 대략 '정부는 인문학 정책을, 대학과 연구자들도 대학 밖에서의 인문학적 지식 공유를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사회 구성원들이 인문학을 배우는 것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좋기 떄문이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두 번째 단락은 '지금까지의 인문학 정책은 틀렸고, 그 결과 인문학을 제대로 못 배우는 층("20-30대 남성")이 생겨, 위에서 말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좋음의 추구가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단락은 '정부는 대학을 잘못 통제하고 있고, 결국 정부는 입맛대로 돈줄을 쥐고 흔들고 대학은 자생력이 없으니 인문학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끼리 있는 자원이라도 정의롭게 쓰고, 기업의 돈을 이러저러한 명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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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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