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2
1.
김어준씨가 공론장(?)에 데뷔한 걸 딴지일보를 창간한 1998년으로 봐도 무리 없을 거 같습니다. 그로부터 25년쯤 지났네요. 그 세월 동안 부침이 있긴 했지만 김씨는 언제나 공론장의 플레이어 중에 하나였습니다. 심지어 세월과 함께 영향력이 점점 늘어났죠. 이런 케이스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 몇 개를 대보자면, 유시민씨와 손석희씨, 진중권씨 정도네요(아마 더 있겠지만, 어젯밤의 과음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네요).
2.
진욱님도 지적하셨다시피, 그 세월 동안 김씨가 저지른 삽질 또는 실패가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전 직장인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일할 때부터 김씨를 비판하는 기사를 꾸준히 썼습니다. 직업적으로만 봐도 10년 이상 지켜본 셈이죠. 진욱님이 지적한 김씨의 실패 사례 역시 내용에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3.
그럼에도 저는 진욱님의 주장에 그리 공감하진 않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아래 결론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이런 행태가 황우석-심형래에 이어 지금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공론장에 물의를 빚은 큰 사건들만 10차례가 넘어간다. 정상적인 사회의 공론장이라면 거름망으로 걸렀어야 될 인물이다. 그러나 음모론으로 쌓아올린 인기와 시청률, 청취율, 그리고 광고에 눈이 먼 방송 관계자들과 맹목적 지지자들이 결국 그의 폐수를 공론장이라는 호수에 뿌려버렸다. 2023년에는 부디 이 자의 유튜브가 공공재인 전파와 지면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4.
저도 진욱님 같은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더 정확히는 적어도 올해 안에 그가 퇴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저를 포함) 수많은 사람들이 김씨를 비판하고 공론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건재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무엇보다 그를 따르는 열혈 지지층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김씨가 TBS에서 퇴출되었지만, 즉각 유튜브에 둥...
@어부: 저도 정확히 동감하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사실 혐오하던 사람이 그렇게 쫓겨나니 일정 부분 통쾌한 기분은 있었습니다. 유튜브 가서 더 설칠 걸 생각하면 좀 걱정되긴 하지만요.
@jinoonk chung: 저야말로 좋은 글과 생각거리 던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진 않습니다. 물론 타인이 제 생각에 동조해서 입장을 바꾸고 변해준다면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겠지만, 그걸 목표로 두고 글을 쓰면 당연히 지치는 것 같습니다. 글로 타인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죠. 저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는 편입니다. 글을 써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정리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듯 합니다. 그러다 남들이 감화되면 땡큐지만, 아니어도 별 상관없는 거죠. 타인의 세계관을 바꾸려면 글쓰기보다 훨씬 더 큰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예컨대 폭력 같은 것도 그런 수단이 될 수 있겠네요).
@sung hwan kim: "내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외쳐줄 사람이 더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30만명이 김어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김어준이 가진 어떤 힘에 대한 포인트를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평소엔 김어준에 대해 잘 생각하진 않지만, 뭐랄까, 언제든 화두로 오르게 되면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인물인것 같습니다, 김어준씨는.
권 에디터님 말씀대로 조선일보도 삽질을 하고, 김어준도 삽질을 합니다. 둘다 언론으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솔직히 조선일보의 (사설과 정치경제기사에서의) 논조의 방향에 전 20년 이상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정치와 경제와 거리를 둔 범위에선 참 좋은 칼럼, 기사 많죠. 이 사회의 진짜 '자본권력 기득권'의 실제 대상들이 원하는 세상을 옹호하는 그 신문의 논조에 동의를 못하니 나머지 기사들도 관심을 안갖게 되는 것이겠죠. 그런 기사들은 다른 진보계열 신문이라고 없는 것 아니니까. (정보 제공의 연구 폭과 규모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요.) 어쨌든 저는 그 신문사의 주간조선을 사서 읽느니, 챠라리 한겨레신문사의 한겨레21을 읽는게 제겐 더 유익하다고 생각이 드니까요.
그리고 김어준이 지향하는 논조가 그 속에 삽질과 책임감 없는 음모론이 넘쳐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제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상적 방향과 그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상적 방향과 좀 더 공유점이 많은 건 사실이라서요. 왜 30만명의 사람들이 김어준을 포기안할까... 라는 질문에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꽤 있을거에요. 그가 범하는 오류들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그를 쿨하게 내쳐서 내가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가 내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외쳐줄 사람이 더 줄어드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 어느 책의 제목처럼 '프로보카터'로서 그를 계속 놔두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진중권을 보수가 살려두고, 치켜세우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자기가 원하든 아니든 이미 그 쪽의 '프로보카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프로보카터들이 사라진 건전한 공론의 세상, 참 좋죠. 그러나 일방적으로 한 쪽의 힘이 강한 상태에서 둑이 무너지면, 그 건전한 공론의 장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전 그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김어준을 자신들의 '총알받이'로 쓰기 때문에 그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처맞아도 안죽으니, 얼마나 방패로 쓰는 입장에서 편해요. ㅋ
말씀하신 똥을 치우는 작업을 누군가 했었죠.(대상이 김어준이 아닐 뿐) 그런데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또한 저는, 음.. 이 얘기가 매우 지칩니다. 그래서 극단과 냉소가 담긴 글을 쓴 것이고요. 김어준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김어준 워너비들까지 설치고 다닙니다. 얼룩소에만 쓴 건 아닌데 얼룩소에도 뒤져보니 두 건 정도 썼군요.
https://alook.so/posts/OEt867G
https://alook.so/posts/KmtBnY4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쓴 '김어준의 해악', 즉, 김어준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내용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0년 전부터 키보드 싸움을 했던 경험을 돌아보면 그들의 생각이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1) 내가 무능한 건 아닐까? -> 그렇다면 닥치고 본업에나 충실하자
2) 사람들이 바뀔 생각이 없는 건 아닐까? -> 더더욱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 건 아는데 무기력증이 좀 심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류의 글이 '다 필요없다'는 극단으로 자꾸 뻗는데 의지의 문제인지 능력의 문제인지 둘 다인지는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좋은 말씀 덕분에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jinook Chung: 오오 매일 모니터링하신다면, 그걸 바탕으로 김어준이 삽질할 때마다 짧게라도 단평이나 기록을 남기는 (가능하다면 얼룩소에) 연재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김어준과 그 지지자들을 제도권(유튜브는 제도권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에서 배제하고 게토화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긴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성실한 기록자/비평가가 축적한 꾸준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김어준이 가진 문제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씨가 삽질을 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문제라는 건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론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도 문제죠. 동의합니다. 슬픈 일이죠.
그렇지만 김씨가 그런 태도를 견지하기에 아마 공론장에서 그의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겁니다. 김씨를 싫어하는 매체들은 그가 삽질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걸 문제 삼아 그의 주장에 마이크를 쥐어 줄 것이고, 그를 지지하는 매체들은 그 반대의 이유로 계속 그를 다룰 겁니다.
제 생각에 김씨 문제의 본질은 그가 가진 태도가 아니라, 그가 가진 영향력이 크다는데 있습니다. 김씨라는 인물 자체가 얘기가 되는 사람이기에, 그는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김어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그래서 그가 가진 결함이 아니라 그가 가진 영향력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이 그렇다고 해서 당위를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은 제 생각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당위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 앞에서 현상을 게을리하고 당위만 외치는 일종의 지적 게으름을 지적하는 것이지요. 당위를 외치는 비판들이 모자라서 김어준이 아직도 공론장에서 설치고 다니고 마이크를 잡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매일매일 김어준의 삽질을 추척하고 기록에 남기고 비판하는 작업 자체가 김어준을 공론장에서 퇴출시키는 여러 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똥이 더럽다고 해도 모두가 피하면 그 자리에서 계속 냄새를 풍길 뿐이죠. 누군가는 그걸 치워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김어준은 혐오하나, 지금처럼 서울시에서 공개적인 압력으로 밀어내는 것은 문제가 많다 느낍니다.
@와이드필드: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그런 일이 일어나면 아마 더 슬픈 세상이 될 거 같습니다...
1. 불행하게도 매일 듣지는 않고 '봤습니다'. 풀 방송을 다 들을 수 없기에 늦더라도 그날의 인터뷰 코너는 항상 챙깁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비롯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니터링이죠.
제 글에는 김어준의 오류 3개만 적어놓았지만,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져서 더 적지 않았다는 것을요.
2. 게다가 저는 김씨가 틀린 걸 문제삼지 않습니다. 더플랜 같은 주장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말씀대로 틀린 소리를 하는 건 뉴스메이커라면 병가지상사입니다. 그러나 틀린 걸 바로잡지 않는 자세는 문제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김어준의 지지자들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죠. '사과하면 진다'.
반면에 언급하신 매체들은 책임을 집니다. 정정보도든 언중위에 나가서 소명을 하든 하죠. 강제로라도 합니다. 그나마 김어준의 뉴스공장 시절에는 방통위에 PD가 총대 매고 나가서 제재를 받았죠. 근데 김어준이 '내가 틀렸다'라고 인정한 적이 있었나요?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대충 넘어갔죠.(아, 그러고보니 조선일보는 조선NS라는 자회사를 통해 어그로는 끌면서 책임은 피하려는 행태를 보이더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에디터님 말씀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에 답하면서 생각해보니 김어준이 유튜브를 만들어서 누군가를 특정해서 조리돌림하는 가능성도 생각이 납니다. 실제로 팟캐스트 하던 시절에 없던 일도 아니었죠. 유튜브의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겠죠. 그러다보니 공론장에서 퇴출하고 무시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3. 말씀하신 대로 실질적으로든 원론적으로든 가능할 리가 없는 얘기를 했습니다. 좀 극단으로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감정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듣보이긴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저도 김어준 지지자들과 김어준의 말들로 무진장 싸워댔거든요.
다만 최소한 김어준의 발언들을 무책임하게 받아쓰거나 그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세우도록 공중파 방송의 진행 마이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그 근거는 3번(방송의 사유화) 사례겠지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그가 틀린 말을 해서 문제삼는 게 아닙니다. 틀린 말을 한 뒤의 그의 반응과, 공론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태도를 문제삼는 겁니다.
에디터님은 그의 영향력을 분석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미디어라면 정해진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님은 신문사들이 민영이라 공공재라 보기 어렵다 헀고, 저 또한 그 말씀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 민영 신문사들의 공적 역할(게이트키핑) 또한 분명히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분석 이전에 걸러내는 거름망이라도 작동해야 합니다. 현상이 그렇다고 해서 당위를 배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시하자, 퇴출하자는 말은 지나쳤을지라도 그의 성공이, 저는 여전히 반지성주의 위에 있을 거라는 가설만큼은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키보드 배틀을 통한 직감일 뿐이라 조밀한 분석을 하지 못하는 무책임함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같은 결론이고 인상비평이긴 한데... 김어준을 퇴출시킬 수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은 윤석열도 오세훈도 아닌 더탐사가 아닐까 합니다... 매운맛 3단계를 매운맛 5단계로 내보낸달까요..? 그런데 그건 좋을까 싶습니다.
말씀하신 똥을 치우는 작업을 누군가 했었죠.(대상이 김어준이 아닐 뿐) 그런데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또한 저는, 음.. 이 얘기가 매우 지칩니다. 그래서 극단과 냉소가 담긴 글을 쓴 것이고요. 김어준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김어준 워너비들까지 설치고 다닙니다. 얼룩소에만 쓴 건 아닌데 얼룩소에도 뒤져보니 두 건 정도 썼군요.
https://alook.so/posts/OEt867G
https://alook.so/posts/KmtBnY4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쓴 '김어준의 해악', 즉, 김어준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내용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0년 전부터 키보드 싸움을 했던 경험을 돌아보면 그들의 생각이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1) 내가 무능한 건 아닐까? -> 그렇다면 닥치고 본업에나 충실하자
2) 사람들이 바뀔 생각이 없는 건 아닐까? -> 더더욱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 건 아는데 무기력증이 좀 심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류의 글이 '다 필요없다'는 극단으로 자꾸 뻗는데 의지의 문제인지 능력의 문제인지 둘 다인지는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좋은 말씀 덕분에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불행하게도 매일 듣지는 않고 '봤습니다'. 풀 방송을 다 들을 수 없기에 늦더라도 그날의 인터뷰 코너는 항상 챙깁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비롯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니터링이죠.
제 글에는 김어준의 오류 3개만 적어놓았지만,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져서 더 적지 않았다는 것을요.
2. 게다가 저는 김씨가 틀린 걸 문제삼지 않습니다. 더플랜 같은 주장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말씀대로 틀린 소리를 하는 건 뉴스메이커라면 병가지상사입니다. 그러나 틀린 걸 바로잡지 않는 자세는 문제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김어준의 지지자들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죠. '사과하면 진다'.
반면에 언급하신 매체들은 책임을 집니다. 정정보도든 언중위에 나가서 소명을 하든 하죠. 강제로라도 합니다. 그나마 김어준의 뉴스공장 시절에는 방통위에 PD가 총대 매고 나가서 제재를 받았죠. 근데 김어준이 '내가 틀렸다'라고 인정한 적이 있었나요?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대충 넘어갔죠.(아, 그러고보니 조선일보는 조선NS라는 자회사를 통해 어그로는 끌면서 책임은 피하려는 행태를 보이더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에디터님 말씀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에 답하면서 생각해보니 김어준이 유튜브를 만들어서 누군가를 특정해서 조리돌림하는 가능성도 생각이 납니다. 실제로 팟캐스트 하던 시절에 없던 일도 아니었죠. 유튜브의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겠죠. 그러다보니 공론장에서 퇴출하고 무시하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3. 말씀하신 대로 실질적으로든 원론적으로든 가능할 리가 없는 얘기를 했습니다. 좀 극단으로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감정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듣보이긴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저도 김어준 지지자들과 김어준의 말들로 무진장 싸워댔거든요.
다만 최소한 김어준의 발언들을 무책임하게 받아쓰거나 그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세우도록 공중파 방송의 진행 마이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그 근거는 3번(방송의 사유화) 사례겠지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그가 틀린 말을 해서 문제삼는 게 아닙니다. 틀린 말을 한 뒤의 그의 반응과, 공론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태도를 문제삼는 겁니다.
에디터님은 그의 영향력을 분석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미디어라면 정해진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님은 신문사들이 민영이라 공공재라 보기 어렵다 헀고, 저 또한 그 말씀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 민영 신문사들의 공적 역할(게이트키핑) 또한 분명히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분석 이전에 걸러내는 거름망이라도 작동해야 합니다. 현상이 그렇다고 해서 당위를 배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시하자, 퇴출하자는 말은 지나쳤을지라도 그의 성공이, 저는 여전히 반지성주의 위에 있을 거라는 가설만큼은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키보드 배틀을 통한 직감일 뿐이라 조밀한 분석을 하지 못하는 무책임함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jinook Chung: 오오 매일 모니터링하신다면, 그걸 바탕으로 김어준이 삽질할 때마다 짧게라도 단평이나 기록을 남기는 (가능하다면 얼룩소에) 연재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김어준과 그 지지자들을 제도권(유튜브는 제도권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에서 배제하고 게토화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긴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성실한 기록자/비평가가 축적한 꾸준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김어준이 가진 문제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씨가 삽질을 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문제라는 건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론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도 문제죠. 동의합니다. 슬픈 일이죠.
그렇지만 김씨가 그런 태도를 견지하기에 아마 공론장에서 그의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겁니다. 김씨를 싫어하는 매체들은 그가 삽질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걸 문제 삼아 그의 주장에 마이크를 쥐어 줄 것이고, 그를 지지하는 매체들은 그 반대의 이유로 계속 그를 다룰 겁니다.
제 생각에 김씨 문제의 본질은 그가 가진 태도가 아니라, 그가 가진 영향력이 크다는데 있습니다. 김씨라는 인물 자체가 얘기가 되는 사람이기에, 그는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김어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그래서 그가 가진 결함이 아니라 그가 가진 영향력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이 그렇다고 해서 당위를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은 제 생각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당위가 작동하지 않는 현상 앞에서 현상을 게을리하고 당위만 외치는 일종의 지적 게으름을 지적하는 것이지요. 당위를 외치는 비판들이 모자라서 김어준이 아직도 공론장에서 설치고 다니고 마이크를 잡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매일매일 김어준의 삽질을 추척하고 기록에 남기고 비판하는 작업 자체가 김어준을 공론장에서 퇴출시키는 여러 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똥이 더럽다고 해도 모두가 피하면 그 자리에서 계속 냄새를 풍길 뿐이죠. 누군가는 그걸 치워야 하지 않을까요?
권 에디터님 말씀대로 조선일보도 삽질을 하고, 김어준도 삽질을 합니다. 둘다 언론으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솔직히 조선일보의 (사설과 정치경제기사에서의) 논조의 방향에 전 20년 이상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정치와 경제와 거리를 둔 범위에선 참 좋은 칼럼, 기사 많죠. 이 사회의 진짜 '자본권력 기득권'의 실제 대상들이 원하는 세상을 옹호하는 그 신문의 논조에 동의를 못하니 나머지 기사들도 관심을 안갖게 되는 것이겠죠. 그런 기사들은 다른 진보계열 신문이라고 없는 것 아니니까. (정보 제공의 연구 폭과 규모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요.) 어쨌든 저는 그 신문사의 주간조선을 사서 읽느니, 챠라리 한겨레신문사의 한겨레21을 읽는게 제겐 더 유익하다고 생각이 드니까요.
그리고 김어준이 지향하는 논조가 그 속에 삽질과 책임감 없는 음모론이 넘쳐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제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상적 방향과 그가 생각하는 세상의 이상적 방향과 좀 더 공유점이 많은 건 사실이라서요. 왜 30만명의 사람들이 김어준을 포기안할까... 라는 질문에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꽤 있을거에요. 그가 범하는 오류들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그를 쿨하게 내쳐서 내가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가 내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외쳐줄 사람이 더 줄어드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 어느 책의 제목처럼 '프로보카터'로서 그를 계속 놔두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진중권을 보수가 살려두고, 치켜세우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자기가 원하든 아니든 이미 그 쪽의 '프로보카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프로보카터들이 사라진 건전한 공론의 세상, 참 좋죠. 그러나 일방적으로 한 쪽의 힘이 강한 상태에서 둑이 무너지면, 그 건전한 공론의 장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전 그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김어준을 자신들의 '총알받이'로 쓰기 때문에 그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처맞아도 안죽으니, 얼마나 방패로 쓰는 입장에서 편해요. ㅋ
저도 김어준은 혐오하나, 지금처럼 서울시에서 공개적인 압력으로 밀어내는 것은 문제가 많다 느낍니다.
@어부: 저도 정확히 동감하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사실 혐오하던 사람이 그렇게 쫓겨나니 일정 부분 통쾌한 기분은 있었습니다. 유튜브 가서 더 설칠 걸 생각하면 좀 걱정되긴 하지만요.
@jinoonk chung: 저야말로 좋은 글과 생각거리 던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진 않습니다. 물론 타인이 제 생각에 동조해서 입장을 바꾸고 변해준다면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겠지만, 그걸 목표로 두고 글을 쓰면 당연히 지치는 것 같습니다. 글로 타인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죠. 저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는 편입니다. 글을 써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정리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듯 합니다. 그러다 남들이 감화되면 땡큐지만, 아니어도 별 상관없는 거죠. 타인의 세계관을 바꾸려면 글쓰기보다 훨씬 더 큰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예컨대 폭력 같은 것도 그런 수단이 될 수 있겠네요).
@sung hwan kim: "내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외쳐줄 사람이 더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30만명이 김어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김어준이 가진 어떤 힘에 대한 포인트를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평소엔 김어준에 대해 잘 생각하진 않지만, 뭐랄까, 언제든 화두로 오르게 되면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인물인것 같습니다, 김어준씨는.
@와이드필드: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그런 일이 일어나면 아마 더 슬픈 세상이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