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감귤 껍질을 벗겨낸 듯 하구나 감귤꽃

들숨날숨
들숨날숨 · 뇌경색 후 산골 쉼터에서 숨쉬는 중
2022/04/29
[마치 감귤 껍질을 벗겨낸 듯 하구나 감귤꽃] - 감귤꽃을 보고 지은 17자 시

감귤꽃이 핀다. 감귤나무가 밖을 나간 지 한 달 만에 꽃을 피운다.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라 겨울 내개 방 안에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꽃이다. 감귤은 너무나 익숙한 과일이지만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작년 이 맘 때 이곳에 이사 오면서 장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존재다. 병자인 나와 함께 긴긴 겨울을 함께 지낸 친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겨울 내내 혼자 있는 나에게 말 벗이 되어 주었다. 추위를 피해 안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처지가 같았기 때문에 자연히 말 동무가 될 수 있었다. 내 몸이 근질근질 할 즈음 감귤나무도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그 때의 해방감을 잊을 수 없다.

모든 존재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 자리는 바로 자연이다. 감귤나무는 따뜻한 자연에 있어야 한다. 내가 병을 얻은 것은  자연의 흐름에 따르지 않은 죄값이다. 감귤나무를  화분에 심은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감귤나무가 있어야 할 곳은 화분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햇볕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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