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한 지역의 신심 : 《동경대전》(2021)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4/04/25
"나는 본시 목사가 되기 위하여 신학대학에 들어가 신학을 공독攻讀했다. 그러다가 유전제有前提의 신학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무전제無前提의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진리에 접근하는 첩경이요, 정도라는 생각이 들어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즉각 실천에 옮겼다."
- 김용옥, 「서언」, 최제우, 김용옥 옮김 『동경대전 1 : 나는 코리안이다』, 통나무, 2021, 63쪽.

도올 김용옥이 말하고 글쓰는 스타일과 정치 행보에 대해 다양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그가 서지학과 고전문헌학에 정통한 세계적인 학자라는 사실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행정학·행정법·경제학 등에 해당하는 고시 공부가 조선조 때는 사서오경을 달달 외우는 것이었고, 김용옥은 그 옛날 과거 시험을 응시해도 장원급제할 만큼 한학과 경전에 통달한 사람이다. 각주도 없는 동학 경전 중 어떤 한문 구절이 과거 어느 문헌에서 인용되었는지를 탁탁 짚어내는 능력은 비전공자로서는 경이로울 따름이다. 

게다가 그 전거는 비단 사서오경이나 조선조 내내 성인으로 추앙되던 주자학의 조종 회암 주희에 그치지 않고, 송명유학의 거두인 염계 주돈이·이천 정이를 비롯해, 양명학의 왕수인과 사기를 쓴 사마천, 노자·장자·열자의 도가삼서, 나아가 퇴계 이황과 외암 이간, 녹문 임성주 등 조선 중기의 주요 유학자들을 모두 아우른다. 옛날에야 그게 상식이고 주류 학문이었다지만, 거기서 금싸라기가 알아서 나오지 않는 현대에 오직 학자적 양심 하나로 그런 능력을 구사하는 것은 대단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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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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