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

남진열
남진열 · 뮌헨살이
2023/04/24
여행을 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달랐다. 여행을 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뮌헨의 도로 중앙선은 흰색이다. 그런데 한국은 노란색이다. 한국이 미국식의 교통 체계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일반화되었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20년 전에는 주로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야 했다. 적어도 뮌헨에서는. 그런 이유로 흰색 선만이 있는 낯선 도로를 밤에 운전할 때면 간혹 일방 도로에 들어 왔나 싶은 착각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러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가능한 우측 차선을 이용했다. 노란색 중앙선에 익숙한 탓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가능하면 눈이 부실만큼 밝은 등을 사용한다. 많은 빛을 필요로 하는 갈색의 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란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 독일인의 집을 방문하면 주로 간접 조명을 사용한다. 아름답지만 갈색의 눈인 나에게는 어둡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파란색의 눈은 갈색의 눈보다 눈부심이 많기 때문에 보통은 간접 조명만으로도 충분하다. 유럽인이 우리보다 먼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석회 함량이 높은 석회수를 마시고 석회가 많은 물로 재배된 채소와 육류를 먹으면 눈동자가 파래진다고 한다.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양을 먹어야 유럽의 빛 문화에 익숙해질까.
   
나는 음식을 급하게 먹는 편이다. 그리고 음식 값을 계산하려고 카운터로 달려간다. 그러나 아차차. 유럽에서는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비를 계산하지. 요즘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지만 종업원과 눈을 맞추고 계산서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계속해서 내 몸을 유럽 문화에 길들이고 있다.
출처: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468229
돌아보면 처음으로 뮌헨살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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