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채식주의자] 선생님, 고기는 왜 안 드세요?

제비 · 대안을 찾고 싶은 인간
2023/04/26
'[우리 선생님은 채식주의자] 도시락 싸는 선생님' 읽으러 가기



”고기를 안 먹는다고요?“
”치킨은요?“
”그럼 우유도 안 드세요?“

고기를 먹지 않는다 말하면 학생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묻는다. 수많은 질문 뒤에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왜요? 왜 안 드세요?” 

동물을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엔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반갑기도, 고민되기도 한다. 비건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할 기회이지만, 집단에서 내가 ‘유일한 비건‘인 경우가 많아 내 답변이 비건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띄게 되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비건 지향을 시작한 2020년 3월 14일은 내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아직도 그 결심의 순간이 기억난다. 나는 페스코 채식을 1~2주간 하다가 비건(지향)으로 살기로 한 경우다. 어릴 때부터 비건인 친구와 채팅을 하다가, 그의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안 먹어“라는 말에 내가 귀여워하는 동물과 내가 먹는 동물의 벽이 허물어졌고, 페스코 채식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사촌과 함께 간 한식 뷔페에서 ’왜 돼지, 소, 닭은 먹지 않고 해산물, 우유, 치즈는 먹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스스로도 그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함을 느꼈다.

‘먹는다’는 행위의 영향을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매일 반복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러 동물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조각나 조리되는 급식을 먹으면서 치킨텐더와 닭을, 삼겹살과 돼지를, 샤브샤브와 소를 인지적으로 분리했다. 나는 <샬롯의 거미줄> 애니메이션 속의 돼지가 안전하기를 응원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죽은 아기 돼지의 몸을 먹고, 또 먹다가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해도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어떤 어른도 내가 먹는 이 살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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