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기원의 새로운 조망과 방법론적 한계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7/13
한국 근대 초기 열강들의 위세에 눌리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장 비고의 풍자화

한국 인문학계를 통틀어서 ‘근대성’이라는 화두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그중 한국 문학계의 근대 문학연구는 근대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통해 ‘언어’와 ‘민족’, ‘민족문학’, ‘문학’을 내파하는 과정이었다. 거의 10여년을 풍미한 한국 문학계의 근대성 연구는 긍정의 의미든 부정의 의미든 간에 ‘역사의 종언’이나 ‘근대 문학의 종언’이라는 세계사적 , 문학적 전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분히 이념 내지 사상적 차원에서 근대(근대문학)의 기원에 접근한 연구의 경향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학문적 경화 상태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식의 연구 틀과 다른 시선을 요구하게 되었다.
   
근대성의 존재조건과 방식의 차원이 문제가 되는 지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한국 문학계는 좀 더 진일보한 연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황호덕의 연구는 그 누구의 것과도 다른 방식을 제시하고 있었고 수많은 자료 제시의 현란함 때문에 자못 충격을 안겨 주기까지 했다. 이전까지 근대 네이션과 언어의 역학적 의미를 다루고 있는 논의가 시기적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나 멀리 나아가도 1900년대 초기에 머무르고 있다면 황호덕의 책은 그 시기를 그 이전(개항시기에서 갑오경장 직후(1876~95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일단 이목을 끈다. 

근대 형성의 시기를 이전 연구들보다 좀 더 앞당겨 본 셈이다. 임형택이 자국어형성의 문제를 다룬 연구에서 “언문일치의 자각과 함께 실제로 부상한 것은 국문체가 아닌 국한문체였다”는 엄연한 역사적 현실을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면 황호덕은 『근대 네이션과 그 표상들』을 통해 이를 좀 더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언어’와 ‘네이션’, ‘에크리튀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근대 형성기의 외교 공문서, 기행기, 각종 매체의 ‘언어’...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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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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