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 일기 #21] 건설 일을 아예 직업으로 삼는 건 어떨까?

문경환
문경환 · 기자, 출판인
2024/01/08
강과 저수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겨울 어느 날 저수지 둑 수문 확장공사에 나갔다. 
   
2명이 가게 됐는데 오랜만에 내 차가 아닌 다른 사람 차로 이동했다. ‘스포츠’라는 픽업트럭인데 ‘칸’보다 좀 짧은 기종이다. 새 차였는데 신기한 건 후진할 때 후방카메라 옆에 상공에서 찍는 영상이 함께 나오는 거다. 물론 직접 찍는 게 아니라 후방카메라 영상을 가공하는 것이다. 고공 영상 덕에 후진이 매우 편하다. 
   
여기서 일을 좀 해보니 돈 좀 있는 사람들은 픽업트럭을 선호하더라. 짐도 적당히 싣고 다녀야 하고 힘도 좋고 그러면서 멋도 있고. 좀 비싼 게 흠이다. 
   
나도 돈만 있으면 지금의 승용차를 처분하고 픽업트럭으로 바꾸고 싶긴 하다. 특히 사이버트럭...
   
작업장까지 가는 길에 운전자가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이야기 내용은 자기 자랑 15%, 허세 15%, 불평불만 50%, 무의미한 말 20%로 이루어졌다. 투덜이 스머프와 똘똘이 스머프의 혼종이랄까. 시작부터 불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루 종일 저 사람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아무튼 현장에 도착하니 현장 소장과 3명의 노동자가 기다리고 있다. 소장은 우리에게 철근을 날라야 하는데 목장갑으론 안 된다며 두툼한 가죽장갑을 주더니 빨리 모여서 아침 운동을 하란다. 그리고는 폰카로 운동하는 장면을 찍는다. 관급공사의 특징, 사진을 많이 찍는다. 
   
사진 다 찍고 공사장으로 이동했다. 분위기 보아하니 둑 수문이 너무 오래돼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고 보강하는 김에 확장하는 거다. 표지판을 보니 3년짜리 공사라고 되어있고 올해가 마지막이다. 근데 내가 볼 땐 절대 올해 안에 못 끝낼 것 같다.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 거대한 철근 구조물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 추운 날 콘크리트 부어봐야 굳지도 않는다. 일단 부어두면 봄이 돼서 날이 풀린 후에 굳기 시작한단다. 
   
암튼 철근 구조물이 예전에 작업할 때 본 것과 차원이 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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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언론사 기자. 1인출판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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