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 일기 #15] 시멘트 반죽 만들기

문경환
문경환 · 기자, 출판인
2023/12/11
오늘은 멀리 펜션 공사장으로 배치되었다. 미장 보조라고 한다. 
   
차를 몰고 가면서 긴장이 됐다. 언젠가 미장 보조가 상당히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멘트 등등 무거운 걸 많이 날라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꽤 큰 펜션 단지다. 가자마자 와서 일을 배우란다. 흔히 바케스라 부르는 플라스틱 양동이에 시멘트 반죽을 하는 게 오늘의 주된 작업이다. 
   
비쩍 마른 할아버지가 시멘트 반죽이 든 양동이를 보더니 너무 묽다면서 시멘트를 몇 주걱 떠넣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믹서를 돌린다. 
   
믹서란 게 밀가루 반죽하는 핸드믹서랑 같은 원리다. 좀 큰 드릴 끝에 복잡한 모양의 반죽하는 게 붙어있다. 뻑뻑한 시멘트반죽을 휘저어야 하니 이 믹서의 힘이 굉장히 세고 속도도 빠르다. 그리고 진동도 크다. 두 손으로 꽉 잡지 않으면 낭패다. 
   
사람들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니 원래 이 일을 맡은 사람이 있는데 아침에 안 나오고 연락도 안 된단다. 이 업계에도 잠수타는 사람이 있군. 아마 전날 술 먹고 뻗었겠지?
   
암튼 이 할아버지가 시멘트 가루가 뭉친 게 없어질 때까지 믹서를 돌려야 한다고 설명해 주고는 완성된 반죽을 저쪽 미장하는 사람에게 갖다주라고 시킨다. 
   
그러고는 자신은 다른 데로 휙 가버렸다. 응? 이제 난 뭘 하라는 거지?
   
시작부터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멍하니 서서 미장하는 거 구경을 했다. 
   
한참 그러고 있으니 아까 처음 본 사람이 나보고 왜 일을 안 하고 있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아니 일을 제대로 시키고 가야지 뭘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어디 간 거야?”하고 툴툴거리며 처음부터 다시 교육 시작.
   
일단 시멘트 반죽에는 시멘트, 첨가제, 물이 들어간다. 첨가제는 시멘트가 잘 엉겨 붙게 만드는 접착제 같은 걸로 추정된다. 시멘트 반죽하는 통이 바로 이 첨가제 통이다. 
   
첨가제 한 통을 삼등분하고 거기에 물을 통의 절반 정도 되게 붓고 다시 시멘트를 통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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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언론사 기자. 1인출판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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