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경(초록솔냥)
배윤경(초록솔냥) · 나는 전업주부다
2023/01/16
미국사람들은 신고를 많이 한다. 아파트에 살면 옆집에서 큰 소리만 나도 덮어놓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전 처음 큰 아파트 단지로 이사했을 때  "누가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다더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서 '아, 이게 문화 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이 있었다. 그렇게 신고를 많이 하는 나라에서 아이를 신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옆 집 아이가 밤새 울어도 아이가 만드는 소음은 신고를 할 수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옆 집 애가 시끄러워요"라거나 "윗 집 애가 뛰어요"라고 불평도 하지 않거니와(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좀 다르다고 들었다) 이 신고를 받아주는 경찰서도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가 시끄럽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충격적이었다. 아이에 관심이 없던 시절, 내 상식을 뒤흔드는 새로운 생각. 아이가 시끄럽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니! 그 당시 방 벽이 맞닿은 건너편 집 아이가 매일 울었다. 뭐 그리 새벽마다 일어나서 우는지, 엘레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생각보다 큰 아이였다. '이 정도로 큰 아이가 그렇게 매일 운다고? 저 집 부모가 애를 학대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지금 엄마가 되어 어린이에 대해 알고 나서 생각해보니 만 3세 정도 된 아이였던 것 같다. 문화의 힘이란 참으로 막강하다. 아이가 시끄럽게 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생각을 처음 접하고나서부터는 그 집 아이 우는 소리가 전처럼 크게 거슬리지는 않게 되었던 걸 보면.

부모가 되어보니 애가 우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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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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