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이 말하는 '그런 여성'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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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과거 ‘성sex’, 즉 일반적으로 생식 세포에 의해 정의되는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은 여성과 남성에게 적절한 것으로 간주되는 역할과 행동을 형성하는 문화적, 심리학적, 사회적 요소들로 엮은 망토인 ‘젠더gender’와 구분되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여성이란 무엇일까? 남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은 젠더 정체성이 선천적이고 고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젠더 정체성이 무수히 변할 수 있고 가변적이며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젠더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다윈 이후 진화생물학자와 스타 대중과학자 들은 남성의 ‘문란함’과 여성의 일부일처 성향이 우리 본성에 깊게 뿌리 내린 번식 전략이라고 말해왔다. 그중 한 명인 E. O. 윌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성은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무분별한 행동으로부터 대가를 얻는다. 이론상 여성은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며 수줍게 행동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중략) 인간은 이러한 생물학적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 내가 젠더 차이의 과학에 대해 글을 썼던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여성에 비해 남성이 이 이론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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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수줍음에 대한 이론이 속설에 지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일단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차이에 관한 생각: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Different: Gender Through the Eyes of a Primatologist》와 동물학자 루시 쿡Lucy Cooke의 제목은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계집: 성, 진화, 암컷 동물에 대한 진화학 가이드Bitch: A Revolutionary Guide to Sex, Evolution, and the Female Animal》를 살펴보자. 이들 두 저자는 곤충에서 물고기, 조류 그리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촌인 유인원까지 동물의 행동을 재치 있고 박식하게 설명하며, 참하게 기다리는 ‘수줍은 암컷’과 그러한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투를 벌이는 수컷에 대한 다윈주의적 견해가 진화생물학에 의해 어떻게 무너졌는지 탐구한다.

이 저서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와 보노보를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친 드 발은 세계적인 영장류학자로서 풍부한 경험들을 전한다. 또한 동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뛰어난 과학 저술가인 쿡은 동물계의 다채로운 암컷 섹슈얼리티와 그 밖의 주제들, 특히 거미와 하이에나에 관해 이렇게 자세히 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파헤친다. 다음으로 두 책은 과학에서 독단적 교리를 전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뛰어난 과학자조차도 반대 증거를 받아들이는 데 저항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제공한다. 가령 암컷도 노골적으로 문란할 수 있다는 변칙 사례가 등장하자 다윈의 신도들은 그저 못 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자기 눈앞에 놓인 사실을 부정하고 반대 증거가 출판되는 것을 막았으며 모순되는 증거를 기존 신념에 짜 맞추려 애쓰고 일부는 데이터를 조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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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의 과학은 아직 원시적이고 유치한 수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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