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처럼 대학 입시를 없애려면

김석관
김석관 인증된 계정 · 기술혁신 연구자
2022/12/23
1.
정책을 논하는 전문가회의에 가보면 "제가 지난 번에 ㅇㅇ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이러이러한 사례가 있더라. 그거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교수, 연구원, 기업인 할 것 없고, 특히 명망 높은 원로들이 이런 말씀 많이 하신다. 그런데, 그분들 중 그 나라와 우리의 역사적, 제도적 차이를 비교해서 "이런 점은 우리와 유사하니 우리에게 적용해 볼만 하다"든가, "우리와는 이런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니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분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몇 해 전, '역사적 제도주의'에 대한 공부 필요성을 계속 느끼던 차에 이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 때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 한국은 스냅샷 정책으로 가득 찬 제도의 잡화상이구나. 그동안 우리는 제도적, 역사적 맥락이 다른 여러 선진국으로부터 다양한 제도들을 스냅 사진 찍듯이 수입해서 적용해 왔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여러 제도들을 한데 모아 놓은 잡화상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제도나 시스템은 역사적 경로의존성과 다른 부문 제도와의 상호보완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이 때문에 제도는 그 사회의 통시적, 공시적 맥락과 떼어서 생각하면 곤란하며, 해외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때는 다음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그 나라의 경제사회적 맥락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그런 경제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 맥락이 없다면 그것을 조성하는 것은 가능한가, 어려운가?"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이런 제도적 감수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나의 제도를 만들고 도입하는 데도 이런 복잡한 질문과 조사와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3.
독일은 명사들이 제시하는 스냅샷 정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국가이다. 예를 들면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0455.html) 라는...
김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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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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