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6/24
남편이 집을 비우니 강쥐와 고양이 수발이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 강쥐야 원래 내가 사료를 챙겨주지만 고양이는 남편 작업실에 둥지를 틀었기에 그 사람 책임이려니 신경을 끄고 지냈다.
한 손에 쏙 들어올 만치 작고 연약해 만지기도 조심스럽던 냥이녀석이 그동안 꽤나 자랐다. 자두만 하던 머리통도 약간 커진듯 하고 몸은 두 배가 된듯하다.
사람을 유독 좋아하는 녀석인데 종일 아무도 없는 작업실을 지키느라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 마음이 쓰인다. 그렇다고 내가 붙들고 놀아 줄 수도 없고 그저 아침저녁 들여다 보며 안부를 확인할 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점순아~ 부르면 득달같이 쪼르르 나타나 가릉가릉 소리를 내며  다리에 감기고 부비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어찌나 발 밑에서 알짱거리는지 화장실 청소며 사료를 주러 걸어갈 때도 행여 밟힐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볼 일을 마치면 잠시 문을 열어 바깥 산책할 시간을 준다. 치즈하고도 만나게 해줘야 하니까. 둘은 반갑다고 서로 입을 쪽쪽 맞추고 핥아준다.

그런데 그저께는, 문을 열고 점순아, 하고 부르자 나타나지는 않고 가늘게 냐옹~ 하는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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