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작업 환경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11/08
얼마 전까지 밤이 툭툭 떨어져 뒹굴  던 곳에 이젠 그 밤나무의 잎들이 낙엽이 되어 수북히 쌓였다. 발이 푹푹 빠질만큼 두텁게 깔린 낙엽들은 어찌나 바싹 말랐는지 밟으면 바사삭 소리를 내며 발밑에서 부서진다.
어쩌면 시몽이 좋아했을지도 모를 그 소리를 들으려 쓸데없이 낙엽을 밟고 또 밟았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아파리들도 어느덧 노란빛을 잃어 가고 갈색으로 물이 든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파르르 떨고 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하릴없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렇게 낙엽이 흩어지는 밤나무 그늘 아래 작업대를 설치하고 남편과 나는 먹줄을 튕기고 합판을 자르고 못질을 했다. 작업 환경이 그야말로 그림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밑에서 어깨로는 낙엽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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