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자주 지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항상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커다란 은행나무에 교묘히 가려져 있기 때문에 만약 맞은편 서있는 곳이 은행나무를 마주 보고 선다면 은밀히 숨어 있는 그곳을 발견할 수가 없다. 나 역시 항상 서 있는 자리에 습관처럼 찾아가기에... 마음이 한번 정한 기준을 깨기는 여간 어렵지 않아서. 내가 항상 서던 곳에 여럿이 서있지 않았다면, 습관적으로 향하던 발길을 멈추진 않았을 거다. 마음과 타협한 자리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멍하니 전기신호가 바뀌길 기다렸을거다. 그리고 지금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는 짧은 단상의 불쏘시개를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묵직하고 크게 일렁이는 바닷물에 힘겨워하는 열대어처럼, 강렬한 태양의 세례에 느적거리며 횡단보도에 겨우 도착했다. 하릴없이 하늘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