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승리가 지닌 진정한 가치 : 해학과 풍자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2/12/22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내부에서는 한국의 문화를 스스로 비웃는 풍자가 만연했다. 정부에서 모든 문화적 요소 앞에 ‘K’를 붙이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유행을 지속하고자 하는 국가적 몸부림을 발작처럼 보았다. ‘K-pop’이후 독창성을 지닌 것에 단어를 첨가하다보니 무비나 게임, 푸드 같은 단어까진 이해하더라도 김치, 한복과 같은 고유단어에마저 K를 갖다붙이니 여간 우스꽝스러운 게 아니었다. 거기까지 이르자 사람들은 맹렬히 조롱하고 나섰다. K-야근, K-갑질, K-범죄 등 밈화 되더니, 자문화 중심주의를 넘어 자위에 가까운 행보를 막으려 안달이 난 듯 보였다. 온갖 드립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에 다시 여행을 나섰을 땐 세상이 뒤바뀌어 있었다. 그 전에도 세계를 다니며 한국에 있는 시간이 더 적을만큼 바깥에 있었는데, 창궐한 바이러스 탓으로 더더욱 인종차별이 심해졌겠거니 싶었다. 적어도 동양인을 적시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우연히 마주한 사람들은 어디서나 국적을 묻는다. 중국인이 아니냐고 묻는 건 일종의 인사치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그들은 낯에 격한 호의를 비친다. 이상하게 반가워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단연코 ‘BTS’와 ‘오징어 게임’. 원래 한국에 관심이 있는 치도 있었으나 적어도 그 둘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상상해보라. 50명도 채 살지 않을 것 같은 스페인의 어느 시골 카페에서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는 상황을. 이집트의 기념품 가게에서 오징어 게임의 인형을 판매하는 모습을. 정부가 국민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밀어붙이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는 있었다. 놀랍게도.

저는 한국말을 할 줄 압니다.
그렇게 곧장 맥주를 산다고 하거나 그저 담배를 함께 피우며 즐거워 하는 것도 있지만, 우연찮게 국적을 밝히고 난 뒤에 냅다 한국말을 뱉는 이탈리아인 앞에서 난 무너졌다. 그것도 유창하게 말이다. 최근에는 자국민도 잘 모르는 일본의 어느 작은 섬에 들어갔다가 한국말을 잘 하는 친구를 만나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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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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