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
잘 자라는 인사가. 갑자기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뱉던 말이 이상하게 느껴진 이유는 아무 말을 해도 생각을 해야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니 그런가. 잘 자라는 말 이전에 나는 잘 못 자본 적이 있던가. 잘 못 잔 경우는 악몽을 꾸거나, 일어나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목이 결려서 아침부터 통증을 호소하며 몸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겠다. 우리가 잘 자라고 하는 의미는 ‘침대에서 떨어지지 말고, 악몽을 꾸지 말고, 목에 담이 오지 마렴’ 과는 거리가 있다.
잘 자의 해석처럼 언어는 참 어렵다. 어떤 단어는 단어의 유래 자체로 해석이 된다. 반면 어떤 단어는 듣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상이하게 갈린다. 당장 ‘씨발’ 도 언어 자체로 해석하면 욕설이지만. 감탄사, 과장의 의미로 평소 사용된다. 명확한 기준선이 있으면 좋으련만... 보겸과 윤지선의 ‘보이루’ 사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인사로, 누군가는 여성 혐오 발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