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사투
2023/01/24
책을 읽으려다 책장을 덮어버렸다.
잡념에 글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따듯한 방바닥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그대로 주저앉아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내 눈에
머리카락 한 올이 눈에 띄었다.
되는 대로 열심히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떡하니 누워있는 작고 가는 머리카락 한올이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어떻게든 치우고 말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다가가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너무 짧게 자른 손톱 때문이었을까.
이 작은 머리카락이 좀체 집히지가 않았다.
한쪽을 눌러 다른 쪽에 틈을 만들어 집으려고 해도
집었다 싶은 순간 들어 올리면
내 손과 허공사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오기가 발동했다.
꼭 들어 올리고 말 거야.
너 하나쯤 내 맘대로 못하는 게 말이 되니.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
머리카락과의 사투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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